수눌음 돌봄 공동체 '행복한 아이들' 활동 모습. 김경업 씨 제공 "아침에 다른 가족 자녀들과 함께 다 같이 학교 가니깐 등굣길부터가 즐겁죠."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4학년생, 5학년생 세 자녀를 둔 김경업(46)씨는 1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제주시 노형동 공동주택에 함께 사는 다자녀 가정 2곳과 '행복한 아이들'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육아부터 놀이까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수눌음 돌봄 공동체다.
육아 힘든 시기 돌봄 '수눌음의 지혜'
'수눌음 돌봄 공동체'는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서로의 아이를 함께 돌보고 육아의 어려움을 나누는 주민 참여형 돌봄 사업이다. 수눌음은 제주어로 과거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웃과 함께 극복했던 '상부상조' 공동체 정신이다. 육아가 힘든 시기 돌봄에서 '수눌음의 지혜'가 적용되고 있다.
김씨는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맞벌이를 하다 보면 애들을 키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수눌음 돌봄 공동체 활동하면서는 부모들과 함께 애들 등하교부터 놀이까지 함께하다 보니 육아가 수월해졌다. 애들도 서로 잘 어울리다 보니 주택 전체가 하나의 놀이터가 됐다"고 했다.
2026년 수눌음돌봄공동체 발대식 모습. 제주도 제공
수눌음 돌봄 공동체는 크게 돌봄 활동과 양육자 활동으로 나뉜다. 부모 대신 등하교를 해주는 것은 물론, 회사 일 또는 급한 일이 생긴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함께 돌본다. 귀가가 늦는 부모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공동체 가족들과 모여 밥을 먹거나 대화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놀기도 한다.
특히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소통과 관계, 비폭력 대화 등의 주제로 양육자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정기적으로 운영회의를 열어 육아에 어려움은 없는지, 아이들과 함께 할 돌봄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생태활동부터, 문화체험, 환경정화 활동 등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것.
"독박육아 고립감 해소" 만족도 높아
수눌음 돌봄 공동체 사업 만족도도 높다.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가 지난해 참여 단체 104팀, 427명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95.6%가 돌봄공동체 활동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돌봄 공동체 참여로 인한 변화로 아이의 체험활동 증가(83.4%), 아이의 사회성 발달(75.9%), 휴대전화 이용 감소(44.3%), 독박육아라는 고립감 해소(57.1%), 의지할 곳이 있다는 안도감(64.2%), 체험활동 증가(75.2%), 육아스트레스 감소(64.4%), 아빠 참여율 증가(43.6%)가 꼽혔다.
수눌음돌봄공동체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제주도 제공
파편화된 현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도 향상됐다. '공동체가 둘째 가족처럼 느껴진다'(93%), '공동체 활동으로 이웃과의 관계가 가까워졌다'(96%)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96%)고 답했다.
돌봄 공동체 참여 이후 자녀수도 증가했다. 자녀 수 변화 비율을 보면 공동체 시작 당시 한 자녀 비율은 40%였지만, 현재 29%로 11%p 줄어든 반면, 두 자녀와 세 자녀 비율은 각각 6.3%p, 4.2%p 증가했다. 수눌음 돌봄 공동체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10년 새 12배 증가 수눌음 돌봄 공동체
올해 제주도 수눌음 돌봄 공동체로 선정된 곳은 220개로 1006가구에 해당한다. 수눌음 돌봄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6년 선정된 공동체는 18개였지만 10년 사이 12배 규모로 늘어났다.
선정된 공동체에는 임신부부터 영·유아, 초등학교·중학교 자녀를 둔 가구가 참여해 틈새돌봄, 저녁돌봄, 주말돌봄, 긴급돌봄 등 다양한 공동체 돌봄 활동을 하게 된다. 공동체에는 아동 1인당 월 2만 5천 원(장애아동 3만 5천 원)의 활동비가 지원되며 팀별로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2026년 수눌음 돌봄 공동체 발대식 모습. 제주도 제공오영훈 지사는 17일 올해 수눌음돌봄공동체 발대식 자리에서 "수눌음돌봄공동체는 제주 고유의 수눌음 문화를 바탕으로 이웃이 함께 키우는 제주만의 미래지향적인 공동육아 정책이다. 높은 참여 수요를 반영해 올해는 당초 200개 팀에서 220개 팀으로 확대해 3500여 명이 참여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18개 팀에서 220개 팀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다자녀 가구 비율도 60%대에서 70%대로 늘어나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앞으로도 공동체 돌봄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 제주형 돌봄 공동체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