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섭 목사 제공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고 또 시작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 양식이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사회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비롯됩니다. 다음 세대로 믿음의 유산이 온전히 이어지는 일은 각 가정이 이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룻기를 보면, 나오미의 가정에 남편 엘리멜렉이 세상을 떠나고 나중에는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죽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나오미는 고향인 유다 땅으로 돌아가면서 두 며느리에게 제각기 모압 땅에 있는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권고합니다. 그때 며느리 룻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
룻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모압 여인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민족이 다르다는 것은 자신이 숭배하는 신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룻기 어디에도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하거나 나와 같이 유다 땅으로 가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룻은 그냥 어머니의 고향으로 따라가겠다고 하지 않았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앞으로 나의 하나님이 될 것이라고 결단했습니다. 이것은 룻이 나오미와 살면서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는 고난을 겪었지만, 어머니의 삶과 믿음을 보았을 때, 어머니처럼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가치를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시어머니 나오미가 보여준 믿음의 본보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룻은 나오미를 따라 유다 땅으로 가서 하나님의 백성이 됩니다. 그 후에 보아스와 결혼을 하고 그 후손 가운데 다윗이 태어납니다. 룻기의 첫 부분은 기근과 피난과 사망입니다. 룻기의 마지막 문장은 "다윗을 낳았다."입니다. 그 고통과 어려움이 다윗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역사로 전환되었던 계기는 어머니가 보여준 믿음의 본보기와 그 믿음을 이어간 며느리의 신앙고백입니다.
저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작고하신 어머니의 기도와 가정교육 덕택에 지금까지 목회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어렸을 적에 처음 한글을 배우던 때를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처음 가르쳐 주신 한글 단어는 '하나님'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어는 '예수님'이었습니다. 세 번째 단어는 '성령님'이었습니다. 네 번째는 '성경'이었고, 다섯 번째는 '찬송'이었으며, 여섯 번째는 '교회'였습니다. 이 모든 단어를 쓰고 익힌 다음에야 제 이름 '임영섭'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글쓰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서너 살에 말을 배우면서 저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워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못되어 가족 모두가 굶주리더라도 헌금을 드리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연탄가스를 마셔도 교회에 가야 했고 교과서보다 먼저 성경을 읽어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보여주고 가르쳐 주신 삶과 믿음에서 저는 늘 '일곱 번째'였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왜 어머니는 이토록 나에게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시려고 최선을 다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어야 제대로 살 수 있고, 그것이 구원이요 가치 있는 삶이자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부족하지만, 그나마 목회하면 살 수 있는 것은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라는 고백 때문입니다.
임영섭 목사 (경동교회, CBS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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