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전국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이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름값 상승은 물론 이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3.3원으로 하루 전인 지난 7일보다 3.9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915.4원으로 4.8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은 여전히 휘발유 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하루 수십 원씩 오르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정부의 엄중 경고에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제유가 변동이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급등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원유의 약 5분의 1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봉쇄되고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감산 소식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동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핵심 민생 과제로 내세우며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 왔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오르는 데 그쳐 2024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 2.0%로 시장 전망치 수준에서 관리됐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충격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시에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의 '간접 영향'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수입 원유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수급 자체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최고치였으며 당시 석유류는 전체 물가를 최대 1.7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물가 상황(연간 상승률 5.1%)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을 신중히 검토하는 등 중동 전쟁이 우리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중동에서의 긴장 완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 중동 상황과 관련한 '경제 및 물가 상황 점검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부, 기획예산처,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동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과 유가 등의 변동 상황, 증시와 환율 등 국내 경제 상황과 석유류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