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윤창원 기자충남·대전 행정 통합 특별법을 두고 여야 갈등이 심해지며 교착 상태에 빠진 이면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통합특별시장 출마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강훈식 실장의 불출마 선언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대전 통합 시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강 실장의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회 법사위에서 충남·대전 통합을 두고 "강훈식 비서실장을 위한 졸속 법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현재 국민의힘이 보유한 두 광역단체장 자리를 사실상 민주당에 통째로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행정 통합에 대한 온도 차가 뚜렷하다. 정부와 여당에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 가운데 충남·대전 행정 통합 특별법을 두고 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사실상 반대 기조를 유지하며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선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민주당은 지방선거 핵심 승부처인 충남·대전에서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며 대구·경북 통합법과의 동시 처리를 고수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법을 이미 통과시킨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법만 단독 처리할 경우 충남·대전 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충남·대전 행정 통합이 성사되면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강훈식 실장의 거취는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후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청와대 잔류를 예측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선 충남·대전 행정 통합이 성사된다는 것을 전제로 강훈식 실장의 차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야당과 시도의회가 반대하는 충남·대전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 기류가 변했다.
결국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여야 모두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훈식 변수가 협상 테이블 밑에서 실질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통합 논의가 지역 미래를 위한 담론이 아니라 특정 인물의 정치적 행보와 선거 구도 싸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권오철 중부대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그래도 예민한 상황인데 거기에 통합시장이라는 새로운 체제가 들어선 데다 강훈식 실장이 등장하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며 "통합을 논의하려면 지방선거 이후에 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