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2027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면서 의료계가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향한 책임론과 재신임 요구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다만 2024년 의정 갈등을 주도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지난해 하반기 복귀한 상황이어서, 다시 강경 투쟁에 나설 동력은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응 방안 고심하는 의협…"재신임 절차" 책임론도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의협은 내부 회의를 이어가며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1일 의료계 거버넌스 회의를 시작으로, 전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상임이사회,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협의회 등을 잇달아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여러 회의체를 통해 각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논의되는 대응 방안들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증원 성적표를 받아든 집행부의 대응을 두고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김택우 회장이 후배들과 회원들이 수용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최소한 재신임 절차를 통해 회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의대 증원에 강하게 반발했던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도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김은식 부회장은 의협 내부 메신저에 "의대 증원이 전공의와 학생들의 뜻과 다르게 결정됐음에도 의협 집행부는 명확한 계획 없이 그저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전공의들은 의협과 함께 가지 않겠다"며 "저도 대의원회 운영위원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14일 오후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전날 대의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2024년과 같은 강경 투쟁은 어려울 듯…"업무 적응도 벅차"
하지만 2024년 의정 갈등 당시와 같은 강도 높은 집단행동이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사직했던 전공의와 휴학했던 의대생들이 복귀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복귀한 한 전공의는 "병원 업무에 적응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과 관련해 다시 투쟁에 나서자는 논의는 주변에서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확정된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등 다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의협 관계자는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은 결정된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다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