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제공한국거래소(KRX)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기업 인수를 단행하며 인공지능(AI) 전환(AX)에 박차를 가한다. 그간 시장 운영과 규제라는 공적 역할에 집중해온 거래소가 기술 스타트업을 품으며 '데이터 상업화'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ESG 등 '비정형 데이터'의 부가가치 극대화
한국거래소는 10일 AI 기반 데이터 분석 전문 스타트업인 '(주)페어랩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페어랩스의 지분 67%를 총 67억 원(구주 27억 원, 신주 40억 원)에 확보했다. 지난 1년간 후보 기업 30여개를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번에 인수한 페어랩스는 2020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뉴스나 공시, IR 정보, ESG 관련 데이터 등 이른바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가공해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 기술을 지수 개발(Index)과 상품 기획 등 기존 정보 사업에 이식해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시장 감시와 관리 업무 전반에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 품질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인수 후 운영 방식이다. 거래소는 인수 후에도 창업주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거대 조직인 거래소의 경직된 문화가 스타트업 특유의 민첩하고 혁신적인(Agile)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배려한 조처다.
거래소는 자금 지원을 통해 페어랩스의 인력과 인프라를 보강하는 든든한 '뒷배' 역할에 집중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이 조직을 핵심 기술 R&D 센터이자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키울 예정이다.
글로벌 선진 거래소 모델… 상업화 수익 조직으로 '첫발'
정은보 이사장은 이번 인수를 두고 "글로벌 선진 거래소와 같이 상업화 수익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한 첫발"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나스닥(NASDAQ) 등 글로벌 선진 거래소들은 이미 단순 수수료 수익을 넘어 데이터 판매와 기술 솔루션 제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신사업 발굴과 기술 협력, 추가적인 기업 인수 등 다양한 사업 전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