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홍콩의 민주 운동가이자 반중 성향 언론 재벌인 지미 라이(78)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홍콩 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무기징역에 처해진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9일 홍콩 매체 HK01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의 웨스트카오룽(서구룡) 법원은 지미 라이에 대해 외국 세력과의 공모, 선동적 출판물 발행 등 3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이 같은 형을 결정했다.
이는 2020년 6월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선고 중에 형량이 가장 높은 것이다.
법원은 라이에 대해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면서 "음모의 배후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고 지속적으로 외국과 공모를 추진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고된 징역 20년 가운데 2년은 이전 수감 기간과 겹쳐 라이가 추가로 복역해야하는 기간은 18년이다.
법원은 지미 라이가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자신의 국제적 인맥을 활용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제재와 압박하도록 로비를 벌였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라이가 반중 캠페인 단체 'SWHK(重光團隊·'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 등과 긴밀히 협력했다는 게 홍콩 법원의 판단이다.
또 반중 매체 빈과일보를 통해 중국 정부에 반감을 갖거나 정부를 전복하도록 선동한 행위 역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중국 본토 출신이면서 영국 시민권자인 라이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2년 전인 1995년 홍콩에 '빈과일보'를 세웠다. 이 매체는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대를 지지하는 논조의 보도를 계속했고, 라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 됐다. 빈과일보는 그가 구속된 다음 해인 2021년 자진 폐간했다.
연합뉴스앞서 홍콩 법원은 지난해 12월 지미 라이에 대해 외국 세력과의 공모, 선동적 출판물 발행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했다. 홍콩 재판은 한국과 달리 유죄판결과 형량판결을 분리해서 진행한다.
그는 2019년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와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외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에 대해선 별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5년 넘게 복역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국제 인권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조디 긴스버그 위원장은 "오늘의 지독한 결정은 홍콩의 언론 자유가 관에 넣어져 마지막 못질을 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홍콩이 법치의 도시에서 공포통치의 도시로 변모해가는 또 다른 암울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의 가족들은 "라이가 1800일 넘게 구금돼 있고 상당기간 독방에 갇혀 지내 건강상태가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은 홍콩 사법 체계의 "완전한 파괴"를 의미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이번 판결을 "정치적 박해"라며 규정하며 석방을 촉구했다. 미국 NBC방송은 "홍콩에서 정부 반대 의견을 표출할 공간이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에 즉각 반박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미 라이는 중국 공민으로, 반중과 홍콩 혼란 사태의 주요 기획자이자 참여자"라며 "그의 행위는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훼손했고 국가안보를 위협했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크게 해쳤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관련 국가들이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어떤 형태로든 홍콩 사법에 개입하거나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