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와 테슬라 '옵티머스'가 상이한 상용화 전략을 들고 맞붙은 가운데, 중국 유니트리까지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우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둘러싼 한·미·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산업 현장 투입을 위한 고난도 기술 검증(PoC)에 사활을 걸고 있고, 테슬라는 수직 계열화된 생산 구조를 활용한 '2만 달러대' 보급형 로봇 양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니트리는 테슬라보다 더 저렴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속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0㎏ 번쩍 드는 '괴력 숙련공' 아틀라스…고난도 작업에 특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아틀라스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부품을 옮기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성완 기자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고난도 공정에 특화된 모델이다. 아틀라스는 인간과 유사한 56개의 관절을 기반으로 페이로드(들어 올리는 무게)가 50㎏에 달한다. 경쟁 모델인 옵티머스보다 2배 이상 강력하다. 백덤블링까지 한 뒤 자세를 바로 잡는 아틀라스의 모습은 최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공개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만큼 정밀한 하드웨어 제어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위험하고 반복적인 기피 작업에 생산성 있는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아틀라스에게 관련 작업을 반복적으로 학습시켰다.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부품 분류, 운반 현장에 아틀라스를 우선 배치된다. 2030년에는 조립 공정 영역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각종 제조 공정에서의 인간 노동력 개입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에 아틀라스가 경쟁품 대비 적합한 로봇이라고 분석했다.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고하중 작업을 견딜 수 있음을 물론,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했던 세밀한 조립(의장)도 가능한 로봇이라는 평가다. 특히 기존에 투입됐던 고정식 기계보다 훨씬 유연하게 움직이는 만큼 수백 개의 작은 나사와 배선이 얽혀있는 하부 작업도 가능하다.
대형 엔진 블록이나 배터리 팩 케이스처럼 무거운 부품을 조립하거나, 차량 하부에서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이뤄지는 작업(언더바디)에도 노동자의 개입 없이 아틀라스가 쓰일 수 있다. 고열·분진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용접도 노동자의 관리·감독 없이 아틀라스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덕대학교 이호근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용접 같은 고정밀 작업도 이미 로봇이 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해줘야 한다"며 "아틀라스는 움직임이 인간 이상으로 자유로운 만큼 (위치나 자세 조정도) 스스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2천만원대 '보급형 기능공'으로 시장 조준
연합뉴스테슬라의 옵티머스는 고난도 작업 활용성보다는 가격과 범용성에 강점이 있다. 옵티머스의 예상 가격은 약 2만 달러(약 2700만 원) 수준으로, 아틀라스 대비 8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이런 '가성비'를 바탕으로 공장 조립뿐 아니라 비교적 단순한 가정용 업무까지 수행하는 '만능 로봇' 시장을 노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옵티머스가 기능적으로는 아틀라스에 뒤쳐지더라도, 현장 적응 능력은 "한 수 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칩 설계부터 AI 알고리즘, 로봇 제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수직 계열화' 덕분이다.
수직 계열화는 로봇의 '뇌'인 인공지능 칩부터 '근육'인 액추에이터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제조 방식이다. 외부 부품사와의 논의 없이 현장에서 발견된 오류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 즉시 교정할 수 있는 만큼 아틀라스 등 외부 조달 비중이 높은 경쟁 모델보다 현장 최적화 속도가 월등히 빠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생산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게 되면, 초반에는 고난도 작업보다는 단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일종의 적응 기간이다. 비교적 가볍고 중요도가 낮은 부품을 운반하다가 타이어나 타이어휠 등을 옮기고, 그 뒤 고하중 작업을 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테스트 과정을 통상 6개월에서 1년으로 보는데, 옵티머스는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데이터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특정 공정 기술을 한 번 배우면 공장 내 다른 옵티머스에 실시간으로 복제된다. 아틀라스보다 단순한 하드웨어 구조 덕분에 대규모 데이터 복제가 가능한 것이다.
세종대 김세원 AI로봇학 교수는 "AI팀 규모는 테슬라가 현대차보다 10배 이상 많다"며 "일반적인 동작과 기본적인 기능, 인식과 추론 기능은 테슬라가 나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역습? 가격 파괴 도전하는 유니트리
연합뉴스아틀라스가 압도적인 하드웨어 '능력치'로, 옵티머스가 수직 계열화를 통한 '물량 공세'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최저가 전략'을 들고 나온 것도 글로벌 로봇 경쟁의 관전 포인트다.
유니트리(Unitree)는 휴머노이드 모델 'G1'을 대당 1만 6천달러(약 2300만 원)에 내놨다. 아틀라스나 옵티머스에 비해 힘은 약하지만 시속 12㎞의 빠른 이동 속도와 고도의 유연성을 갖췄다.
한편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이미 생산 공장에 투입될 자체 휴머노이드를 연구 중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차 판매량을 바탕으로 데이터 학습이 용이한 만큼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은 전날 "중국은 정부의 도움도 있고 시장도 커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제품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피지컬 AI의 선두주자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산대 문학훈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드웨어는 (누가 하든)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따라가려면 엄청난 경험과 학습을 해야 한다. (테슬라와 BYD 등은 주행에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갖고 있고 현대차는 생산 라인에서 앞으로 얻어야 한다"며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800미터 계주로 치면 지금은 테슬라가 조금 앞서가고 있지만, 현대차가 (공장에서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니) 따라가는 건 시간 문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