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내리치는 고프. 유튜브 캡처여자 테니스 단식 세계 2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테니스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카메라 세례에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29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시비옹테크는 전날 호주오픈 8강전에서 엘레나 리바키나에게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음 놓고 쉴 곳 없는 대회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코트 위나 기자회견장에서 대중의 시선을 받는 것은 우리의 직업이지만, 경기 직전 전략을 가다듬거나 감정을 추스르는 사적인 순간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될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생활 침해 논란의 발단은 앞서 8강에서 탈락한 코코 고프(미국)의 영상이었다. 고프는 패배 후 코트를 빠져나가던 통로에서 라켓을 일곱 번이나 바닥에 내리치며 좌절감을 표출했다. 고프는 해당 장소에 카메라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 장면은 고스란히 촬영돼 SNS를 통해 확산했다.
고프는 "이런 장면까지 방송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라켓을 부수는 성격이 아니기에 카메라가 없는 곳을 찾아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비옹테크 역시 테니스 스타로서 팬들의 주목을 받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콘텐츠 제작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에 대한 질문에 '동물의 배변 활동'까지 거론하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곧바로 표현이 과장됐다고 사과하며, 전 세계가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훈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는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발레리 카밀로 회장은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외부 시선 없이 회복할 권리가 있다며, 선수 구역 내 카메라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회 주최 측과 방송사에도 적절한 경계를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반면 베테랑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후배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조코비치는 콘텐츠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에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라커룸 샤워실에 카메라가 없는 게 놀라울 정도"라며 "샤워실 카메라 설치가 다음 단계일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