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년 훈련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국 동계 올림픽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빙판 위 질주를 준비한다.
111.12m의 짧은 트랙에서 승부를 겨루는 쇼트트랙은 기록보다 순위 싸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 순간 박진감 넘치는 변수가 발생하는 종목이다.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은 현재 남녀 개인전과 계주를 포함해 총 9개의 금메달이 걸린 핵심 종목으로 성장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역사는 동계 스포츠의 영광 그 자체다.
역대 동계 올림픽 금메달 33개 중 26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으며, 1992년 김기훈이 한국 최초의 금메달과 다관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을 동계 스포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각오다.
여자쇼트트랙 한국국가대표 최민정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년 훈련을 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그 중심에는 '전설' 최민정(성남시청)과 '신성' 임종언(고양시청)이 있다.
1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지켜온 최민정은 2018 평창 대회 2관왕, 2022 베이징 대회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현재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보유한 최민정이 금메달을 추가하면 전이경(4개)과 함께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3관왕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을 알린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2개를 추가할 경우, 통산 7개로 6개의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을 넘어 한국 스포츠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민정은 "개인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 힘을 합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첫 종목인 혼성 2,000m 계주부터 기분 좋게 출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자쇼트트랙 한국국가대표 임종언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년 훈련을 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남자부에서는 2007년생 임종언의 도약이 눈부시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임종언은 시니어 데뷔 시즌인 2025-2026 월드투어에서만 금메달 5개를 포함해 9개의 메달을 따내며 차세대 에이스로 입지를 굳혔다.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온 '평창 키드' 임종언은 2023년 세상을 떠난 스승 고(故) 송승우 코치에게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올림픽 무대에서 펼칠 플레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며 "멘털 관리에 집중해 최고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여자부에서는 2025-2026 월드투어 종합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코트니 사로가 최민정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남자부 역시 이번 시즌 월드투어 개인전 금메달 12개 중 7개를 독식하며 2시즌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한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가 가장 큰 산이다. 여기에 과거 한국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중국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역시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년 훈련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통상 3~4일 안에 모든 경기를 마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나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는 열흘에 걸쳐 여유 있게 진행된다. 경기 간격이 넓어지면서 체력 회복이 용이해진 만큼, 매 종목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일정 변화는 신예보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의 핵심 변수로 '장기전'을 꼽은 최민정은 "이번 대회는 현지에 일찍 도착해 마지막 레이스까지 약 3주간 머물게 된다"며 "국내에서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현지에서는 컨디션 유지와 여유 있는 몸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