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본인의 '내란 옹호' 논란과 관련해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30일 사과했다.
하지만 12·3 내란으로부터 1년이 지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야 나온 입장 표명을 놓고는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면피성 발언'이자 '뒤늦은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있는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갔던 이 후보자로서는 9개월만의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뒤늦은 입장 전환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는 제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 당파성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판단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저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장관 지명 이후에 사과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추운 겨울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상처받으신 분들, 또 저를 장관으로 또 부처의 수장으로 받아들여주실 공무원들, 모든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장관직 수락에 개인의 영예가 아닌 '속죄'의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이 정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결코 개인의 영예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라며 "제가 평생 쌓아온 경제 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내려진 책임의 소환이며,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이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오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의 태도 변화가 여당 일각과 여권 지지층 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년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 인사검증대 위에 올라서야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변명한 점은 '떠밀린 사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도 과거 계엄 옹호와 관련해 비토 여론이 높은데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 제가 드린 말씀으로 갈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