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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긴 고려아연 '美 제련소 프로젝트'…최윤범 체제도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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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증 제동' 영풍·MBK 가처분 신청 기각
고려아연, 미국 정부와 손 잡고 자금조달 예정대로 진행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연합뉴스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약 11조 원 규모의 미 현지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발표 즉시 제동 위기에 놓였다가 법원의 판단으로 고비를 넘겼다.

고려아연이 지분 10%를 미국 측에 넘기는 등의 방식으로 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영풍 측이 가처분 신청으로 제동을 걸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핵심광물 생산용 제련소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기존 결정대로 이행하게 됐다. 최 회장도 경영 기반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양측에 결정문을 보냈다.
 
지난 15일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슨빌에 제련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투자 규모는 약 74억 3200만 달러(약 10조 9천억 원)이다.
 
자금 조달은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미국 내 전략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 크루시블 JV를 통해 19억 4천만 달러, 미국과 투자자로부터의 대출 최대 약 46억 9800만 달러, 미 정부 보조금 2억 1천만 달러 등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공시됐다.
 
특히 합작법인 크루시블 JV를 통한 19억 4천만 달러는 고려아연이 자사 지분 10%를 해당 법인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넘김으로써 조달하기로 했다. 이행 시 크루시블 JV의 최대주주인 미국 정부(지분율 40.1%)가 고려아연 지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모양새가 된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에 대해 "제련소 직접 투자가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택한 건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사실상 취득하는 것은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가 돼, 전폭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국에 대한 '핵심 광물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다지기 위한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맞섰다. 영풍·MBK 측이 경영권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논리였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재판부는 이날 "신주발행은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라는 목적을 위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고,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단에 따라 오는 26일 유상증자에 따른 대금 납입은 예정대로 이뤄진다. 제련소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절차가 본격화 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2027년 제련소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공장이 가동되면 아연, 연, 구리(동) 등 기초금속과 안티모니, 인듐, 갈륨, 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이 생산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1개 품목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 광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 데 따라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이 나오자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크루시블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에도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상증자와 대금 납부가 이뤄지면 영풍·MBK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희석되는 반면, 미국과의 합작법인에 배정되는 주식을 우호 지분에 포함시킨 범(凡)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올라가며 비등한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는 최 회장과 그 우호세력의 지분이 영풍·MBK 측을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이 이번에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풍·MBK 측은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규모 해외 전략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이사회와 최대주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경영이 특정 개인이나 단기적 이해가 아닌, 전체 주주와 회사의 장기적 가치 극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제도적·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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