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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로 결기 보인 장동혁…외연 확장 단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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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선 "변화 위한 리더십 확보" 평가

예정된 주자 아니었지만 강한 의지로 참전
제1야당 대표론 '최초'이자 '최장' 진기록
판사출신으로 '내란재판부法=악법' 소신
국힘 의원들 기립박수…계파 불문 '호평'
일각선 "행동으로 보여 달라" 쓴소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여당의 입법 속도전에 맞서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강제종결 표결이 이뤄지기까지 24시간을 꽉 채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대여투쟁 선봉을 자처하면서 주목도를 높인 동시에, 당내 리더십을 강화할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산적한 현안을 감안하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판사 출신 張, '최장 필버'로 존재감 과시

장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서 내려온 것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40분쯤이다. 22일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반대토론 첫 연사로 등판한 지 꼭 24시간 만이다.
 
이는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올 9월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 시 세운 기록인 '17시간 12분'을 깬 것이다.
 
사실 장 대표는 당초 예정된 토론 주자는 아니었다. 내란전담재판부법 필리버스터 주자로는 당초 권영세·조배숙·주진우 의원 등이 내정돼 있었다.
 
이들 대신 첫 주자로 나선 건 장 대표 본인 의지였다고 한다. 판사 출신인 그가 최근 여당 주도 법안 중 가장 심각하게 바라본 게 바로 특정 사건 단죄를 위한 별도 재판부를 둔다는 내란재판부법이었다는 전언이다.
 
물론 소수 야당으로서 법안 통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여론전(戰)' 성격을 띠는 필리버스터 화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전담재판부를 비판하는 언론 사설·칼럼을 모은 A4 용지 및 책 5권을 준비한 것도, 토론 서두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것도 모두 장 대표 본인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재판부법을 가리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이라며 포문을 연 장 대표는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는다" 등의 선명한 표현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대표의 연설을 지켜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록 깼습니다"라고 외치면서, 힘을 실었다. 야당 측 의석에선 필리버스터 종료와 더불어 기립박수도 나왔다.
 
당내 기반이 약한 장 대표가 이를 계기로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계엄 사과파'도, 친한계도 투혼만은 호평 일색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연합뉴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연합뉴스
실제로 당내에선 전반적으로 '살신성인'이라며 호평하는 분위기다. 그간 대립각을 세웠던 초·재선 및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의 반응이 단적인 예다.
 
계엄 1년이었던 지난 3일 '연명 사과문'에 동참했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당의 투쟁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라면서 "그 정도 결기가 있는 모습은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동훈 전 당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 당무감사 관련 내홍이 깊어지자,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를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는데 "(설령 그렇더라도)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또다른 초선 의원도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저지하고자 당대표가 나선 것은 상당히 평가해줘야 되는 일"이라며 "고무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 또한 "바로 이런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서 당이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장 대표 면전에서 변화를 촉구했던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그의 투혼이 경이로우면서 동시에 애처롭다"고 평가했다.

야권에서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장 대표의 승부수가 경종을 울린 측면은 분명 있는 셈이다. 
 

"이제 행동으로 보여달라" 쓴소리도

다만, 장 대표의 진짜 역량이 발휘돼야 할 시점은 이제부터다. 강성 지지층에 주로 소구해온 특유의 화법과 노선을 바꾸려는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요청이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투쟁의 의지는 명확히 보여줬다. 거기에 대한 리더십은 확보가 된 것"이라면서도 "이걸 발판 삼아 이제 강력하게 '변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리더십이 약하면 변화구를 쓰고 싶어도 못 쓴다"며 "그런데 리더십이 이렇게 강화가 되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만약 연말까지는 집토끼(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새해부터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게 장 대표의 복안이었다면, 이제는 심중의 당 혁신안을 서서히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지방선거 경선룰 설정이나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장 대표가 토론을 마친 날, 당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이 지도부에 '당심 70%' 공천룰을 권고한 점을 두고 "우려했던 대로다. 말로만 변하겠다고 했지, 지금껏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게 없다"고 혹평했다.
 
박정하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리더십의 위기가 있었으니 (장 대표가) 여러 포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안쓰럽고 수고한다는 마음은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며 실질적 변화를 에둘러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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