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 황진환 기자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들은 청와대 진입과 국회의원 공천권 확보, 2027년 대권 도전 등까지 포부를 품었고, 한 통일교 원로는 "크게 도우면 크게 요구할 수 있다"며 당시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회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5개월 전인 2021년 10월에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통일교 간부는 "우리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에게) 국회의원 공천권을 줘야 한다"며 "내년 1~2월 중 (지지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간부는 "국회의원 공천, 청와대 진출 등 기반 다지기가 절대 쉽지 않지만 여기까지 가야 우리가 안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가면 2027년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겠나"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엄윤형 통일교 세계본부 신통일한국처장에게 "2021년 10월부터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지지할지 계획했냐"고 물었고 엄 처장은 "논의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추진하던 정책에 맞춰서 지부장들이 계획하고 고민하고 논의하던 상황"이라며 "윤 전 본부장의 의지에 맞춰서 진행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특검팀은 통일교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려고 한 증거도 제시했다. 그해 2월 통일교 간부가 주고받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라는 문건으로, 서울인천권역, 경기강원권역 등 전국에 있는 교인 1만1010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에서는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과 윤 전 본부장 간의 카카오톡 메세지도 공개됐다. 통일교 원로인 윤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연결시켜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1년 11월 19일 윤 전 본부장에게 "(권 의원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Y(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90의 능선으로 가까워진다"며 "(권 의원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돕고, 어떤 것을 공유할지 논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달인 12월 8일에는 윤 전 본부장에게 "(권 의원을 만나면) 윤 후보 당선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며 "크게 도우면 크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고 했다.
아울러 윤 전 부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사나 대사 자리도 가능하고 공천 요구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전 부회장은 "(영사나 대사 자리는) 누구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저의 꿈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