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 에 참석해 신동욱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취임 100일을 막 넘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노선 변화' 압박이 거세다.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당내 중진들이 연이어 장동혁 대표를 직격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측 핵심관계자)부터 TK(대구·경북) 다선에 이르기까지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남기고 당내 이견이 분출하자 장동혁 대표는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경청 주간'에 돌입한 상태다. 일부 의원이 장 대표의 변화 데드라인을 내년 2월쯤으로 제시했지만, 일각에선 '내년은 너무 늦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부의장인 당내 최다선(6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 지난 8일 쏟아낸 발언들은 이러한 파열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 의원은 TK지역 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비상계엄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전제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계엄령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고 했다. 불법 계엄 1년이었던 지난 3일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며 사과를 거부한 장 대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주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실정을 거듭한 끝에 탄핵됐다고도 말했다. 주 의원은 "같이 일했던 대통령에 대해 '폭정'이라는 말을 쓰는 게 무겁지만, 계엄과 야당 대표 비대면, 의대 증원 추진방식 등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윤 어게인(Yoon Again)' 세력에 기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장 대표를 향해서는 "정치의 방향은 당연히 민심(民心)"이라고 일침을 놨다. 주 의원은
"자기의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며
"지금처럼 '윤어게인' 냄새가 나는 그런 방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계엄 관련 입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후에도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밝힌 장 대표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주 의원은 "(장 대표가) 12월 3일까지는 지켜봐 달라고 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최근 발언이 그렇지 않아 당내 반발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의 '작심 발언'에
앞서 '원조 친윤' 윤한홍 의원(3선·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도 장 대표 면전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연합뉴스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당이 주최한 '혼용무도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해당 발언 당시 윤 의원은 장 대표 지척에 앉아 있었다.
그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며 "이재명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다시 한 번 우리 자신들이 더 비판할 자격을 갖추자"고 했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비판하고자 마련된 자리에서 상임위원장인 당 중진이 지도부 노선을 지적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재) 과락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 국민의힘이 비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몇 달 간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된다"고까지 했다. 내년 6·3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윤 의원은 이날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원죄를 씻지 않고서 비판만 하는 건 내로남불"이라며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일단 듣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 주 후반부터 외부 일정은 최소화하고 당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이어가는 중이다.
'불편한 동거'를 이어 온 친한(親한동훈)계와도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와 만난 일부 의원들은 '내년 2월 설 연휴'를 노선 전환의 시한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연내 전향적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선거도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의원은 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2월은) 좀 늦다고 보여진다. 중도층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소구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정도 (당내) 의견 수렴이 되면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며
장 대표가 지금의 노선을 고집한다면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