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사지절단 수술을 받은 한국계 입양인 사라 도먼이 병상에 누워 있다. 후원사이트 고펀드미 캡쳐"다리와 팔을 잘라내야 한다고 들었을 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살아야 할 이유는 분명했다. 아들 루크 때문이었다. 그를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한국계 입양인 사라 도먼(Sara Dorman·47·한국명 정은혜)이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으면서까지 아들과 만나기 위해 생존한 사연이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서 전해졌다.
지난 7일 SNS에서는 병원에서 사역 중인 박재석 목사가 작성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녀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5년 경력의 베테랑 항공사 승무원으로, 주말이면 주짓수로 체력을 단련하던 건강한 여성이었다.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난 3월 단순한 몸살인 줄 알고 찾았던 응급실에서 그녀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명은 대장균 감염에 의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급격한 패혈증 쇼크와 신장 부전이 동반됐다.
의료진은 그녀를 인위적인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뇌 손상을 방지하고 원인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앞으로 12시간이 고비다." 남편 레이(Ray)와 아들 루크는 침대 맡을 지키며 기도했다. 기적적으로 의식은 돌아왔지만, 감염은 그녀의 사지를 집어삼켰다. 두 다리와 오른팔을 절단해야 했고, 왼손의 운명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긍정'은 태도가 아니라, 고아원의 '생존 기술'
사라는 절망 대신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삶을 붙잡고 있던 것은 '긍정의 힘'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오래된 '생존의 방식'이었다.
사라는 이른바 '한국의 입양아 수출'이 확산하던 1978년, 한국에서 태어난 직후 입양 절차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1979년 5월, 한 살 배기였던 그녀에게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인 기독교 가정에 입양된 것이다.
당시 혈연중심주의가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 국내 입양은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이 기회는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자유분방했던 사라의 성격과 엄격하고 고지식했던 양부모의 훈육 방식은 내내 엇박자를 냈다. 당시 입양기관 관리자는 이를 "양부모의 훈육 방식이 자유로운 성격의 아이와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사라는 어린 시절에 파양을 겪어야 했다. 1987년, 그녀는 다시 입양 심사를 거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원목은 "그때까지도 나를 파양하고 미국으로 보내려는 엄마를 진짜 엄마로 믿었다.
그래도 나는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 했다고, 그렇게 믿었다"고 사라가 밝혔다고 설명했다.
사라는 생존을 위해 믿어야 했다.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곳으로 보내지는 것이라고. 그 처절한 자기 암시가 40년 후 사지가 잘려나가는 고통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굳은살이 됐다.
두 번 버려졌기에, 나는 아들을 놓지 않는다
지난 4월 시작된 투병 생활은 고통의 터널이었다.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한 가족의 지인 브로더스 도먼(Broadus Dorman) 씨는 당시를 "상상할 수 없는 의료적 위기가 삶을 뒤집어 놓은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지난 8월 26일, 사라는 시카고 셜리 라이언 어빌리티 랩(Shirley Ryan AbilityLab)에서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치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의족 훈련과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남았다. 사라의 남편 브로더스 도먼(Broadus Dorman)은 지난 8월 15일 모금 게시글에서 "
대장균 감염의 후유증은 여전하고, 절단된 환부의 통증은 밤마다 그녀를 괴롭힌다"고 투병 상황을 공유했다.
"원망 대신 이해를"…엄마가 된 입양아의 시선
사라는 자신을 낳고 버린 친모에 대해 분노 대신 호기심을, 원망 대신 연민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은 없다"면서도 "
엄마 혼자 나를 키우다가 결국 포기해야 했던 것 같다. 그 어린 엄마의 희생에 감사한다"고 박 목사에게 전했다.
12월 8일 기준, 현재 사라의 가족이 지난 4월 25일 올린 모금 게시글에는 1900명이 참여했고 목표 금액 20만 달러의 80%인 16만 달러가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