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원배' 결승 1국, 김은지 9단( 사진 왼쪽) vs 최정 9단. 한국기원 제공중국에서 열린 세계여자바둑대회(오청원배) 결승전에 한국 여자 랭킹 1·2위가 나란히 오른 가운데, 첫 판에서 1위가 2위를 제압했다.
한국 랭킹 1위인 김은지 9단은 7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삼방칠항 곽백맹 고택에서 열린 제8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 3번기 1국에서 랭킹 2위 최정 9단에 맞서 19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김 9단의 날카로운 수읽기가 빛나는 대국이었다. 김은지는 초·중반 약간의 우세를 내주며 기회를 살피다가 후반부 어려운 모양에서 끼워가는 수(170수)로 우상귀 흑 대마를 잡아내며 승부를 종결시켰다.
그는 대국 직후 "후반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승리 요인을 자평했다. 그러면서 "최 9단이 워낙 강해서 완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승까지 한 판 남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은지 9단의 대국 장면. 한국기원 제공김은지와 최정은 한국 여자 바둑 간판이다. 매달 번갈아 가며 여자 바둑 랭킹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3·5·8·9·10·12월은 김은지가, 2·4·6·7·11월은 최정이 1위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5월 2025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이후 7개월 만에 우승컵을 다투고 있다. 두 선수의 통산 상대 전적은 이날 경기까지 포함해 최정이 19승 8패로 앞선다.
'오청원배' 전적도 최정이 압도한다. 그는 1회 대회 때부터 이번까지 8차례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 중 2·4·6회에서 무려 3번 우승을 달성했다. 짝수 대회에서만 우승해 이번 8회 대회에서도 '짝수 대회 우승' 공식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반면 김은지는 이 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3·5·6·7·8회 등 모두 5차례 출전했다.
짝수 대회마다 정상에 오른 최정이 네 번째 우승컵을 차지할지, 김은지가 세계대회에서 첫 타이틀을 획득할지 등에 대해 바둑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결승 3번기 2국은 8일 오후 1시(한국 시각)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김은지가 승리하면 2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최정이 승리하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최종국은 9일 열린다.
최정 9단의 경기 모습. 한국기원 제공이번 대회에 한국은 중국에 비해 4배가량 적은 수의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은 17명이 출전했다. 중국은 77명(아마추어 5명 포함), 대만은 5명, 일본은 3명이 출격했다. 중국 개최 대회임을 감안할 때 '한·한(韓·韓) 결승전'이 성사된 것은 쾌거라 할 수 있다.
대회는 중국 푸저우시체육국, 구러구인민정부가 공동주최했다. 중국위기(圍棋)협회와 푸저우시인민정부가 공동 주관했다. 우승 상금은 50만 위안(약 1억 4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만 위안(약 4160만 원)이다.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