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실 상황실장 페이스북 캡처◇권오철: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대전운동본부 신윤실 상황실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신윤실: 안녕하세요?
◇권오철: 1년 전 그날로 잠깐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상황실장님은 어디에서, 어떤 마음으로 들으셨나요?
◆신윤실: 저는 집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고요. 친정엄마가 전화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 생각해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신신당부도 하셨는데.. 자는 아이들 얼굴에 뽀뽀한번 하고 바로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그때는 뭐라도 대응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아요.
◇권오철: 계엄 직후, 대전 현장의 첫 일주일을 좀 짚어보죠. 대전운동본부가 거리에 나서기까지 시민들은 어떻게 모였고, 첫 농성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신윤실: 계엄사실을 알고 퇴진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산별 대표자분들이 모였고요, 바로 다음날부터 대응 선전전과 기자회견, 서명운동, 시민대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밤새워 기자회견, 선전전, 시민대회 제반에 필요한 준비를 했고요. 계엄 다음날 아침 8시에 계엄규탄 선전전을 했거든요. 밤 10시반에 계엄이 있었는데 어떻게 아침 8시에 현수막, 피켓이 있을 수 있냐고 기자분들이 놀라워 하셨던 기억이 나요. 서명운동이나 선전전할 때 시민분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그만큼 많이 놀라셨던 거 같아요. 그날 저녁광장은 정말 어마어마 했고, 날이 갈수록 참가자가 늘었어요. 이미 계엄전부터 윤석열퇴진대전운동본부라는 연대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민분들의 발언 접수도 많이 받고, 핫팩과 깔개, 응원봉 기부, 선결제 등도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권오철: 탄핵 인용, 파면과 구속, 그리고 내란 재판까지 1년 동안 정치·사법 절차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 1년을 어떻게 지켜보셨습니까?
◆신윤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문장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데요, 시민분들께서 뉴스를 보면 많이 느껴지시겠지만 내란에 대한 피로도가 여전히, 굉장히 높은 상황이예요. 내란수괴와 김건희도, 내란에 부역하고 비호했던 내란종사자들과 국민의힘도 반성의 기미가 없고, 새로운 거짓말과 혐의가 더 추가되기도 하고요. 오히려 사법부를 조롱하는 변호인이 있는가하면, 지귀연 재판부에서는 좀 '이게 내란죄 재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느슨하게 진행되는 걸 보기도 하고요. 이러다 정말 윤석열이 석방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권오철: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12·3 계엄을 '내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야당 폭주를 막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하는데요. 아직 규명이 부족하다고 보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신윤실: 전국민이 생중계로 국회가 침탈당하는 걸 봤고, 계엄의 이유나 그 이후의 행적 등이 상식적인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북을 먼저 도발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사실상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고 국민목숨까지 걸었다는게 드러나는 마당에 내란이냐 아니냐의 쟁점은 크게 없다고 보여집니다만, 내란에 종사하고 옹호했던 수많은 부역자들을 얼마나 어디까지 구석구석 찾아서 단죄하느냐가 내란청산의 또다른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권오철: 대전의 시민행동도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에서 지금의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대전운동본부'로 이어지기까지 대전 시민 행동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 주신다면요?
◆신윤실: 윤석열의 불법계엄이 있기 전인 2024년 2월 29일 첫 대전시민대회를 시작으로 4월 4일 대전시민승리대회까지 총 49차의 대전시민대회를 했고요, 국민의힘 해체, 신속한 파면선고와 이장우시장 사퇴를 요구하는 수많은 선전전, 현수막 게시, 기자회견 등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되었어요. 윤석열이 석방된 이후에는 은하수네거리에서 농성까지 이어갔고요. 파면 이후 중단없는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로 명칭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운동본부에 소속된 단체들이 함께 연대하는게 참 중요하구나 싶었던게, 원래는 각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46개의 시민,사회,종교,정당들이 "윤석열 퇴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거거든요. 정말 큰 연대의 장을 위해서 각자의 활동을 조금 미루고, 또 작은 차이는 덮고 크게 힘을 합쳤던 경험이 참 귀하게 느껴지고요, 지금은 또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를 바꿔가는 데에 서로 목소리를 보태고, 연대하면서 그 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윤실 상황실장 페이스북 캡처◇권오철: 윤석열 파면 이후 6월 3일 조기 대선,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운동본부 입장에서 이번 조기 대선 결과는 어떤 민심의 선택이었다고 보십니까?
◆신윤실: 자업자득,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께서 보신대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투표로 심판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균형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거든요. 한쪽의 권력이 무조건 센 것에 대한 경계가 높은데 이번 불법계엄에 대해서는 "정말 이건 아니지" 하는 판단을 내려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현재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신윤실: 표면적으로는 국격의 정상화,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광장에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외쳤던 사회대개혁의 길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민생과 경제의 안정, 죽지 않는 일터,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 주권국가로서 떳떳한 자주평화외교 등의 목소리가 참 높았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단순히 말이나 이미지가 아닌 피부로 와닿는 사회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국정운영 점수의 바로미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신윤실: 내란이라는 것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밖에 없는 중죄인데, 지금 보여지는 내란재판을 보면 국민들의 감정선보다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죠. 지귀연 재판부가 화기애애 또는 물렁물렁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이라던가, 김용현 국방장관의 변호인이 사법부를 농락하고도 큰소리치는 모습 등을 보면 참 기가 막히죠. '큰 죄를 짓고도 저들은 반성할 줄 모르는구나'도 무섭지만 '저 사람들이 다시 기득권을 잡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키우고 '우리 사회는 뭘 어떻게 해도 안돼' 라는 패배감과 회의감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권오철: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전국 1,700여 개 단체가 함께하는 연대기구인데요. 대전운동본부가 생각하는 '사회대개혁'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무엇입니까?
◆신윤실: 정치 신뢰의 회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피부로 느껴지는 사회대개혁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국민의 삶이 바뀌는걸 보여주는 것이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윤석열이 거부해왔던 노조법 2,3조가 결국에는 개정돼서 내년 3월부턴 하청노동자도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최근에 고용노동부가 교섭창구를 하나로 통일하게끔 시행령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20년 투쟁해서 개정된 것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퇴진광장의 가장 큰 주축이었던 노동자들은 굉장히 배신감이 들죠. 광장에 수많은 여성, 성소수자, 농민, 장애인들이 함께 했고, 그들의 투쟁으로 광장도 확장되었는데 이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후퇴하거나 과거를 답습한다면 사회대개혁도 공염불에 머물게 됩니다. 광장의 과실을 민주당이 가져간 것은 정치지형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광장에 힘을 보탠 시민들에게 그만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광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정성을 보여야 하고 그 첫 시험대가 내년의 지방선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오철: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어떤 성격의 선거라고 보십니까?
◆신윤실: 우선은 국민의힘이 요즘도 사과를 하니마니 하면서 내홍이 짙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내란극우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과연 영호남 정당으로 괴멸의 수순을 밟을 것인가 주목되고요, 또 하나는 광장에서 그토록 다양성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는데요 광장의 요구가 공약에 얼마나 반영될지, 또 진보개혁정당들이 얼마나 선전하고 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고 보여집니다.
◇권오철: 지방권력도 이번 내란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따져봐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신윤실: 저는 계엄옹호자는 일단 거르고 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불법계엄에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첫번째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써있거든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불법적으로 폭력적으로 한순간에 무력화되는 처사였습니다. 적어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후보라면, 지방자치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한 계엄과 포고령을 옹호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렇다면 지방자치 일을 하겠다는 것과 배치되는 자기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이제 개인적인 질문으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지난 겨울 거리에서 보낸 시간들이 상황실장님께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습니까?
◆신윤실: 광장에 나오셨던 분들은 저를 퇴진광장의 사회자로 많이 기억해주시더라고요, 다시 뒤돌아봐도 참 버겁고 어려웠던 과정이었지만 그 역사의 한복판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직 끝난건 아니니까요, 기어코 사회를 바꿔보자고 거리에 나와주신 분들의 에너지가 은하수처럼 빛나던 그 기억은 오래토록 제 활동에서 강렬한 장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권오철: 마지막으로 청취자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신윤실: 수많은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광장이 너무 소중했고, 은하수처럼 수놓아지던 그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명 바뀌었다고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실거예요.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청산도 매섭게 지켜봐주시고, 더디더라도 그 많은 광장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으로 실현되도록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윤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