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국세청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및 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 2077건에 대해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 전수 검증에 나선다. 거래 신고기간이 도래하며 대상 건수도 늘어날 예정인 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7708건으로, 2022년 10월 1만 68건 뒤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건수도 223건으로 2022년 이후 최대다.
특히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강남 4구와 마용성 등 가격상승 선두지역에 집중돼 자녀 세대의 자산양극화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국세청 지적이다.
이에 국세청은 아파트값을 시가대로 적절히 신고하였는지 검증하고, 부담부증여 등 채무이용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건은 정밀 점검, 탈루 혐의가 있으면 철저히 세무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부담부 증여란 증여재산이 담보하는 채무까지 인수하는 증여방식인데, 채무 상당액에 대해서는 증여자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증여세 절세방안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B는 모친 A로부터 서울 소재 십수억 원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 채무 수억 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받고는 본인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소명했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사용액 등 생활비·자녀 유학비·해외여행경비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B가 채무상환 증빙을 갖추기 위해 본인 소득은 근저당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생활비 등을 모친 A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B를 자금출처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증여자의 재산형성과정에서의 세금탈루 여부도 추적한다. 의사 부부인 C(산부인과)와 D(성형외과)는 고가 부동산을 다수 취득해 보유하다 자녀 E에게 1채를 증여하며 증여세 수억 원을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환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진료 과목에서 발생한 수입을 현금으로 수취해 소득신고를 누락하고, 그 자금으로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가 있어 자금출처조사 대상에 선정된 사례도 있다.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하는 사례도 전형적인 증여세 탈루 수법이다. 지난달 기준 거래신고기한이 도과한 1~7월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 아파트 증여건수는 2077건이었는데, 이 중 증여세가 신고된 건 1699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068건은 시가로 신고됐지만, 631건은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시가로 신고한 1068건은 적절한 가액인지, 상속증여 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감정평가액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한 631건 중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부동산은 직접 감정평가해 시가로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미성년자가 증여세와 취득세 등을 납부할 능력이 없어 증여자가 대신 납부하거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로 발생하는 각종 부대비용까지 '부모 혹은 조부모 찬스'로 해결했는지 살펴 빈틈없이 과세하겠다고 국세청은 강조했다.
국세청 오상훈 자산과세국장은 "집을 편법적인 부의 이전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강화된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 청약' 열풍을 부추기는 현금 부자들에 대한 자금출처검증을 실시, 자산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투기성 행위 차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