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끝났지만… 부산 정치는 아직 계엄의 강 위에 서 있다"
◇ 박상희 앵커>이슈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결말까지 짚어보는 '기승전이슈' 코너. 오늘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불법 12.3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그 뒤의 일 년입니다.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앞에 군인이 들어가고,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던 밤. 그로부터 1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류영주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오늘(3일)은 그날 밤 부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일 년 뒤 지금 부산과 부울경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정치부 강민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 강민정 기자>네, 안녕하세요.
기자 개인 체험: 아이를 재우던 그 밤, 침대 위로 떨어진 '계엄'
◇ 박상희>먼저, 그날의 장면부터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강 기자는 그날 밤 어디에 있었습니까?
◆ 강민정 기자>저는 집 안 침대 위에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을 옆에 눕혀놓고 "이제 자자, 내일 학교 가야지" 하면서 등을 토닥이고 있었거든요. 그때 남편이 방문을 열더니 딱 한마디 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됐대."
순간, 말 그대로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말 계엄이야?' 뉴스나 역사책에서나 보던 단어였지,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오늘 밤 현실에서 마주할 일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이를 겨우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완전히 '기자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당시 저는 항만·건설 출입을 맡고 있었는데요. 부산항만공사, 부산도시공사, 주요 공기업 담당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동료 기자들은 어디까지 취재가 들어가 있는지 메신저로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휴대전화 속보 알림창을 계속 내려다 보면서 이런 문구들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국회에 군 투입","국회 출입문 봉쇄","계엄 포고령 공포".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군인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 줄 한 줄 올라오는 속보를 보면서도, 이게 진짜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아니면 악몽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의 첫 반응 – 긴급 소집, '도시를 멈추지 않게 하라'
◇ 박상희>이제 개인 체험에서 시야를 조금 넓혀보죠. 그날 밤, 부산은 전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였습니까?
◆ 강민정 기자>크게 네 갈래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부산시와 공공기관, 정치권, 시민사회와 거리, 그리고 경제와 민생입니다.
먼저 부산시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나오자마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 간부들을 긴급 소집합니다. 시 상황실을 통해 구·군에 계엄 상황이 전파됐고, 시장실 옆 회의실에는 행정부시장과 실·국장급 간부들이 밤 시간에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하철·항만·공항 같은 핵심 인프라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시민 안전과 행정서비스를 어떻게 끊기지 않게 할지, 집회·시위가 번졌을 때 어떤 기준으로 대응할지,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지침을 어디까지 따를지 등을 두고 긴박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부산시는 '정치적 평가는 차치하고, 일단 도시를 멈추지 않게 굴려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움직였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 – 민주당은 '내란 선동' 규정, 국민의힘은 긴 침묵과 뒤늦은 균열
◇ 박상희>정치권 움직임은 어땠습니까? 여야 분위기가 많이 달랐죠?
◆ 강민정 기자>네. 먼저 부산 더불어민주당은 상당히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계엄, 내란 선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규정했습니다.
부산을 군사독재에 맞섰던 부마항쟁의 도시로 다시 소환하면서, "군홧발을 다시 밟히게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대학생 조직과 청년 정치인들도 "부마항쟁의 도시에서 계엄에 침묵하지 않겠다"며 퇴진 요구에 가세했고요.
반면 국민의힘은 복잡했습니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 상당수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탄핵·퇴진·책임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공식 입장을 거의 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계엄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또렷하게 밝히지 않은 의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사이 당 안에서는 "계엄은 잘못된 조치였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는 흐름과, "사과하면 민주당이 씌운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는 인식이 서서히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이 미묘한 균열이 지금 부산 보수 재편과 내년 선거 구도까지 연결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거리 – 서면·시청 앞을 메운 '분노와 결심'
◇ 박상희>정치권과 별개로, 시민사회와 거리의 온도는 어땠습니까?
◆ 강민정 기자>한마디로 정리하면 "분노와 결심이 동시에 분출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비상계엄은 헌법과 계엄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 조치"라고 규정했습니다.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 4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던 모습. 김혜민 기자 거리 움직임도 빨랐습니다.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렸습니다. 시민단체, 노동계, 야당 인사들뿐 아니라 학생, 직장인, 어르신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여들어 서면 일대를 가득 메웠습니다.
손에는 '탄핵·체포'가 적힌 피켓과 '계엄은 위헌, 민주주의를 지켜라'라는 문구가 들렸고, '임을 위한 행진곡'과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가 밤공기 위로 흘러나왔습니다.
이 집회는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날을 시작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 오후마다 서면 일대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고, 그 흐름은 국회 탄핵 표결 국면까지 이어졌습니다.
◇ 박상희>그 와중에 계엄을 공개 지지해 논란이 된 시의원 사례도 있었죠?
◆ 강민정 기자>네. 부산시의회 박종철 의원이 계엄 선포 직후 온라인 밴드에 "계엄령 선언에 적극 지지와 공감"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그를 '내란 동조자'라고 규정하고 "부산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박 의원은 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이미 지방의회 내부의 갈등과 시민사회의 불신은 깊어진 뒤였습니다.
경제 – 짧았던 계엄, 길었던 기업들의 '시계 제로'
◇ 박상희>계엄 사태가 부산 경제에 미친 영향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 강민정 기자>그렇습니다. 계엄 사태의 키워드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불확실성'입니다.
계엄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과 증시, 투자 심리가 동시에 흔들렸고,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한국 정치가 괜찮으냐"는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부산 제조업과 항만·물류 업계는 정치 리스크와 리더십 공백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했습니다. 경기전망지수 같은 지표도 코로나 국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한 경제계 인사는 "계엄은 155분 짧은 시간에 끝났지만, 기업들 마음속 시계는 꽤 오랜 기간 멈춰 있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소비 진작책, 조선업 호황, 소비쿠폰 등 각종 민생 지원책으로 지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가·인건비 부담이 크다 보니 "숨이 찬다"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일 년 뒤 오늘 – 이재명 '빛의 혁명' 성명, 계엄을 둘러싼 두 개의 기억
◇ 박상희>이제 시점을 현재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성명을 발표했죠?
◆ 강민정 기자>네.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이 나왔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불법 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평화적으로 몰아낸 사건이었다."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민주주의 위기를 폭력이 아닌 시민 연대로 극복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위기를 이겨낸 대한민국 국민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인상 깊은 부분이죠.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부산 보수 내부 – 길었던 침묵, 서서히 갈라지는 목소리들
◇ 박상희>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렇게 나온 시점에, 부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습니까?
◆ 강민정 기자>가장 눈에 띄는 건 '침묵의 균열'입니다.
계엄 사태 이후 오랫동안 말을 아끼던 부산 국민의힘 인사들 가운데, 서서히 그와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은 1년 동안 계엄에 대해 침묵해왔지만, 먼저 국민의힘 사하갑 이성권 의원, 그리고 수영구 정연욱 의원이 같은당 의원 25명과 함께 오늘(3일) 공개적으로 "비상계엄은 위헌적 조치였으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밝히면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들 의원들은 "보수 정치가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놔 지역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줬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이 무릎을 꿇은 채 문재학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여기에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 부산 사하구을 지역구인 6선 조경태 의원까지 오늘(3일) 광주로 내려가 5·18 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직접 사과를 밝히면서, 부산 보수 내부에서도 균열과 재정비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 박상희>부산 최다선 의원이 "보수가 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접 던진 셈이네요.
◆ 강민정> 그렇습니다. 이성권 의원, 정연욱 의원, 그리고 조경태 의원까지 여러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사과의 뜻을 밝힌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부산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흐름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달 정책 세미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계엄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3년 만에 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힘이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계엄 사과'를 공식 요구한 발언이었고, 당 안팎에서 '선제 사과론'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당내 강경 지지층 일부에서는 "왜 우리가 먼저 사과해야 하냐", "민주당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에서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결국 부산 국회의원 중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의 광주 방문, 이성권·정연욱 의원 등의 공개 사과, 박형준 시장의 사과 촉구는 한편으로는 부산 보수 내부의 자성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재편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탄핵·조기 대선·해수부 부산 이전…계엄이 뒤집어놓은 PK 정치 지형
◇ 박상희>계엄 사태 일 년은 국회와 여야 구도, 부울경 정치권 판도까지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큰 그림을 한번 정리해 볼까요?
◆ 강민정 기자>먼저 시간 순서를 거칠게 따라가 보겠습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다음날 새벽 1시 03분,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 12월 14일,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여야 힘의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 1년 동안의 여야 특징을 정리하면, 여당이 된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전면에 내걸고 각종 특검과 입법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른바 '내란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해 왔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친윤, 절윤(윤과 절연한), 친한(친한동훈)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소위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한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산 보수, 겉으로는 침묵… 뒤에서는 재편'
◆ 강민정 기자>이 구도가 PK, 특히 부산 정치권에서는 더 복잡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계엄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부산 친윤 세력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낮췄고, '친윤'이라는 이름 자체가 부담이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친한동훈계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도 아닙니다.
부산의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정성국·정연욱 의원은 숫자도 적고, 당내 구심력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부산 친윤이 여전히 중앙 권력 재편의 한 축이라는 점입니다.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냈던, 부산 수영 국회의원인 박수영 전 위원장, 그리고 현재 시당위원장인 부산 기장군의 정동만 국회의원 등은 대외적으로는 계엄과 탄핵 문제에 말을 아껴 왔지만, 당 지도부 구성 국면에서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TK 출신 송언석 의원이 원내대표, 장동혁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부산 친윤 네트워크가 보이지 않는 구심축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당 내부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중앙)가 부산을 찾아 부산 국회의원들과 UN 묘지 참배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백종헌 의원, 김희정 의원, 박수영 의원, 김도읍 의원, 김대식 의원 등 부산 국회의원들. 국민의힘 제공겉으로는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친윤도 친한도 아닌 4선 부산 강서구 김도읍 의원은 계엄 이후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이른바 '정책 라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산 정치인의 중앙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공개 친윤 대신 정책·중도 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입니다.
'전재수 효과'와 함께 뒤집히는 부산시장 판도
◆ 강민정 기자>이런 구도 위에서, 정권 교체 이후 부산시장 판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초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PK 지역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부산 유일의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전재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이때부터 전 장관은 현 박형준 시장의 사실상 '대항마'로 부상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대항마로 부상한 해양수산부 장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진환 기자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박형준 부산시장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가상 대결에서 두 사람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우위 지역이었던 부산에서 시장 가상 대결이 '박빙 구도'까지 온 것 자체가 계엄 이후 정치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 구도도 뚜렷하게 갈립니다.국민의힘은 현역 단체장 중심 재출마 구도, 민주당은 각 지역 지역위원장 중심 도전 구도로 압축되는 분위기입니다.전통적인 보수 표를 기반으로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국민의힘, 정권 교체 동력을 지방 권력 탈환으로 확장하려는 민주당, 양쪽 모두 "이미 알려진 얼굴들"을 앞세워 선거 변수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을 핵심 탈환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말 예정된 해수부 부산 개청식을 시작으로, 가덕신공항·물류·금융·조선업 지원 등 PK 민심을 겨냥한 카드들이 잇따라 나올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지방선거까지 아직 6개월이 남아 있어서 향후 여론은 상당히 유동적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CBS라디오 '부울경 투데이'에 출연한 모습. 박 시장의 비상계엄에 대한 보수의 사과를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부산CBS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완전히 결별했다고 유권자들이 받아들일지, 국민의힘이 중도 민심을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 반대로 이재명 정부의 개혁 속도전에 대한 피로감이나 부동산·민생 정책 성과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연대할지, 갈라설지 이런 변수들이 모두 부산, 나아가 PK 전체 선거 판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걸로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부산 정치권은 친윤은 전처럼 전면에 나서지 못하지만, 친한은 아직 주류가 되지 못했고, 중도·정책 라인은 외롭게 버티는, 그 와중에도 부산 친윤의 후방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된,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해수부 부산 이전과 전재수 장관 카드까지 겹쳐지면서 계엄 1년을 기점으로 부산이 여야 모두에게 '최대 승부처'가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잊을 것인가, 기억하기로 선택할 것인가"
◇ 박상희>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계엄 사태가 이미 끝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부산의 정치와 생활, 민심을 계속 흔드는 시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강 기자가 이 특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자주 떠올린 문장은 무엇입니까?
◆ 강민정 기자>저는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이 날을 잊을 것인가, 아니면 기억하기로 선택할 것인가."
이 말은 결국 그날 밤을 그냥 역사책의 한 줄로 흘려보낼지, 아니면 내 삶과 이 도시의 기준점으로 붙잡아둘지, 우리 각자에게 묻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엄을 선포한 권력, 계엄을 막아낸 시민, 그 사이에서 침묵했던 정치, 그리고 뒤늦게 사과를 말하는 보수. 이 모든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또 다른 위기가 왔을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가 달라질 것입니다.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12월 3일을 단순한 기념일로 만들 것인지, 정말로 '국민주권의 날'로 만들 것인지는 결국 우리 각자의 기억과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희>"잊어버릴 자유가 아니라, 기억하기로 한 책임." 오늘 기승전이슈, 비상계엄 1년 특집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부산CBS 정치부 강민정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민정 기자>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