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박인준 위원장이 3일 국토부 청사에서 3일 서울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승모 기자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설계·시공 단계에서 파악하지 못한 지반의 특성과 인근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 공사, 노후 하수관 관리 미흡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우선 설계·시공단계에서 지하 암반(모암)의 일부를 이루는 풍화 토양(심층 풍화대 불연속면)이 낮아진 지하수위와 하수관 누수로 약해져 미끄러지면서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힘이 터널에 가해져 터널 붕괴와 땅꺼짐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마치 깔때기 모양과 같이 흘러내린 토양의 힘이 터널을 무너뜨렸고 땅꺼짐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사조위는 특히 사고 발생 지점에서 3개의 불연속면이 교차하며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사조위는 시공사가 소홀한 굴진면 측면전개도 작성의무 미준수 1건, 지반 보강재 주입공사 시방서 작성 미흡 1건 등을 확인했지만, 설계·시공 과정에서 지반의 특성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 박인준 위원장은 "작업 시방서에는 지반 조사를 위한 시추 간격을 100m로 뒀지만, 시공사도 해당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보고 50m 간격으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50m 간격으로 조사했음에도 땅꺼짐 위치가 50m 간격 사이에서 발생해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조위는 불연속면이 미끄러진 이유 중 하나인 지하수위 저하와 관련해서는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터널공사'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사조위는 터널 공사와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세종-포천 터널 공사로 인해 인점 사고 현장의 지하 수위가 26m까지 급격히 낮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현장 인근의 노후하수관 관리가 미흡해 지속적인 누수에 의한 지반 연약화도 땅꺼짐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2년 해당 하수관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지만, 균열이나 이음부 단차 등에 대한 보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확인했다.
국토부 김태병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해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고 행정처분이나 수사 등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조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다.
우선 설계·시공 관리강화를 위해 지반조사 간격을 축소하고 1일 굴진 속도와 굴진량을 시공계획서에 반영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또 지하수위 관리강화를 위해 지하수위 저하 관련 조치요령 개선, 도심지 심층 풍화대 구간 비배수터널(TBM 공법 등) 시공을 권고할 계획이다. TBM 공법은 장비를 이용해 굴진면을 토압·수압으로 밀폐해 지하수나 토사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반 굴착과 동시에 터널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도심지 내 심층 풍화대 구간은 3열 중첩 강관보강 그라우팅공법을 적용하고 경력 10년 이상의 토질·지질 분야의 터널시공 전문가를 투입하는 방안으로 굴진면 평가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도 '지반조사 설계기준(KDS)' 개정을 통해 도심지 비개착 터널공사 지반 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도심지 심층 풍화대 구간 터널 공사 시 지반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권고하는 등 기존 터널공사 관련 지반조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를 예방하고자 누적 수위저하량 관련 조치요령을 현재보다 세분화해 관리하도록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굴착공사 과정에서 지반탐사 시기를 구체화해 지하시설물 점검의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지하개발사업자는 공사장 인근 지하시설물에 대해 굴착 전 및 되메움 후 3개월 이내에 지반탐사를 하도록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에 명확히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3월 24일 오후 6시 28분께 명일동에 있는 한 사거리에서 지름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에 국토부는 제4기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단(62명) 소속 전문가 중 12명으로 꾸린 사조위를 구성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 보완해 이달 중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