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연합뉴스2025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김천 상무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김천은 지난해 K리그1 3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올해 역시 3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대상 시상식에서 군복을 입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울산 HD 소속으로 MVP를 받은 이동경과 강원FC 소속으로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이승원 모두 김천에서 30경기 이상을 뛰었다. 이동경과 이승원 모두 10월28일 전역 후 울산과 강원으로 합류했다. 사실상 MVP와 영플레이어상 모두 김천에서 배출된 셈이다.
김천의 특이점은 바로 국군체육부대라는 점이다. 군 입대는 대한민국 남성의 의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몽일 수도 있다. 특히 한창 전성기를 누릴 시점의 운동 선수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군 입대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올해 K리그1 MVP 이동경과 영플레이어상 이승원이 그랬다.
이동경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을 전후해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덕분에 독일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샬케, 한자로스토크에서 뛰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부상 여파도 있었다. 결국 2023년 12월 울산으로 돌아왔고, 2024년 4월 상무에 입대했다.
이동경은 상무에서 다시 날개를 폈다. 올해 김천 소속으로 34경기에 출전해 13골 11도움을 기록했다. 울산 복귀 후 도움 1개를 추가하며 13골 12도움, K리그1 최다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꿈에 그렸던 MVP도 이동경의 몫이었다.
이동경은 "개인적으로 축구 인생에서 정말 중요했던 시기였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개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전역할 수 있었다. 소중하고 좋았던 시간"이라면서 "국군체육부대의 훈련 환경이나 시설이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웃었다.
이승원. 연합뉴스이승원도 마찬가지다. 이승원은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끌며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강원은 물론 K리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프로는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상무 입대 후에도 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25년 이승원은 김천 소속으로 32경기에 출전해 1골 6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3세 이하 선수(데뷔 3시즌 이내)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영플레이어상까지 받았다.
이승원은 "내가 생각해도 자신감이 없었다. 경기장 안에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김천에서 감독님께서 믿고 경기에 내보내주셨다. 나도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고, 그러면서 많이 성장했다. 군대에서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선수 입장에서는 군 문제가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이동경과 이승원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동경은 월드컵, 이승원은 유럽 진출이 당장의 목표다.
이동경은 "축구 선수로서 꿈이자 목표인 월드컵이 내년이다. 더 신중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승원은 모든 축구 선수가 그렇듯 내 꿈도 유럽에 진출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