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자료사진무인점포에서 5천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등을 훔친 고등학생이 자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본 퍼지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사망했다. 점주가 범인을 잡겠다며 얼굴이 드러난 학생의 캡처본을 유포하면서 사적제재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무인점포에 대한 출입인증 시스템 등 보안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NGO신문에 따르면 충남 홍성의 한 고등학교 2학년 이모(18)양은 지난 9월 2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양은 사망 전 학교 인근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2~3차례 절도한 사실이 지역사회에 퍼져나가며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매장 업주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이양의 절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캡처해 평소 알고 지내던 공부방 대표에게 건네며 신원을 특정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달받은 공부방 대표는 "절도해서 찾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사진을 공유했고, 홍성군 내 학생들 사이에 절도범 꼬리표가 붙은 이양의 얼굴과 신상정보 삽시간에 유포됐다.
이양의 아버지는 "딸이 불법 유포된 CCTV 영상 사진으로 인해 한순간에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됐다"며 "극심한 절망감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지난달 14일 무인점포 업주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부방 운영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홍성경찰서에 고발했다.
안전장치 없이 '사적제재', 이대로 괜찮나
연합뉴스무인점포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범죄에 취약한 구조로 운영하면서, 절도 발생시 과도한 사적 제재를 가하고 보안 공백에 공공재인 치안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인천광역시의 한 무인점포는 초등학생이 계산을 하지 않고 '8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며 학생의 얼굴과 옆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캡처 사진 두 장을 매장에 1주일가량 게재했다. 이 학생은 점포 내부에 안내된 계좌로 송금하며 자신의 이름과 상품명까지 남겼는데, 업주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절도범으로 몰았다.
2023년에는 광주광역시 무인점포의 점주가 과자를 훔쳐 먹은 초등학생 2명의 신상정보를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점주는 학생들 얼굴 일부만을 모자이크하고 학교명과 학년, 마지막 글자만 가린 이름까지 공개했다.
점주나 종업원이 상주하지 않아 구조적으로 범죄에 취약하기 때문에, CCTV보다 강력한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이유로 회피했다면 범죄 발생만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주가 경고 목적으로 게시한 CCTV 캡처본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과도한 '사회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무인매장의 이용자의 상당수가 학생이며, 실질적인 피해액도 수천 원에서 많아야 몇만 원 수준에 그친다. CCTV 사진을 공개하거나 신상 정보를 암시하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해당 학생은 얼굴·학교·학년 등 개인 정보 등이 퍼지며 '도둑'라는 낙인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편, 사적제재와 경찰신고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업주의 속사정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무인점포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는데, 출입 인증 시스템이나 신용카드 기반 본인 확인 장치 등 기본적인 보안 설비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안서비스 낭비 중…진짜 도둑은 누구?"
연합뉴스무인점포 소액절도 신고가 급증하며 '업무 폭탄'을 맞은 경찰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점주가 부담해야 할 매장 경비·관리 책임을 경찰 치안 서비스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과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천원, 오천원 가량 물건 훔친 초딩 vs 한정된 치안서비스 무한정 쓰는 무인가게 사장님들"이라며 둘을 비교하는 글을 남기기기도 했다.
그는 "경찰 인건비, 출동차량 유류비, 사건접수 등 공문서 처리에 필요한 문서제작비 등 사실 무인가게 사장님들이 지출했어야 할 보안 인건비를 모두 세금으로 나눠 분담 중"이라며 "사유재산에 대해 최소한의 방범도 유지하지 않고 사소한 것으로 경찰을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다.
그러면서 "치안서비스는 한정된 복지"라며 "자 이제 누가 진짜 도둑이지"라고 덧붙였다.
무인점포가 적극적으로 절도 방지 등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으며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경찰은 "업주들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절도 신고하는 목적은 100배 합의금 장사 하려는 것"이라며 "정말 그 원가 300원짜리 아이스크림때문에 귀찮게 진술서 쓰고 고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남겼다.
무인점포가 사회시스템과 경찰 치안에 과하게 의존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경찰 행정 유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사람을 세워 지켜야할 보안을 공공의 경찰 행정으로 땜빵하는 수익구조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인매장은 부담금을 따로 물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교통체증 유발로 '교통유발부담금' 내듯, 무인매장도 경찰력을 낭비하니 사회망 이용 부담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