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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그날 '선택'이 가른 운명…1년 뒤 되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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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1년]수명과 항명①

12·3 비상계엄 선포 그날 누군가는 부당한 명령에 따랐지만 다른 누군가는 거부했다. 어찌 보면 찰나의 순간 내린 선택은 이후 각자의 운명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인지 항명은 칭송을, 수명은 처벌을 받게 된 것일까. 아니면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더라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을까. 선택을 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질 위치에 있는 자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이들의 헌법과 양심에 따라 한 선택을 지켜줄 준비가 됐을까.

尹 계엄 선포 막지 못한 국무위원들…무장한 계엄군 등 국회 투입
'체포 지원' 거부한 홍장원…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 중인 곽종근
징역 15년 구형받은 한덕수…내란 주요 피고인들, 내년 1월부터 1심 선고
선관위 진입 명령에 편의점서 라면 먹거나 주변 배회…소극 임무 수행 사례도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를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창원·박종민·국회사진취재단·대통령실 제공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를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창원·박종민·국회사진취재단·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나면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당시 계엄 관련 임무에 책임이 있던 이들의 대응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위공직자 중 대다수는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지시를 적극 또는 수동적으로 따랐다.

반면 공직 및 군 기강에 따라 임무 수행의 압박이 컸지만 불법 지시에 맞서 항명에 가까운 선택을 한 이들이 있었다. 당시의 선택에 따라 각자는 서로 다른 운명으로 갈라졌다.

계엄, 사표로 맞선 공직자 있었다…한덕수·이상민 등은 재판 중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던 가운데, 류혁 당시 감찰관이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계엄 관련 회의냐"고 묻곤, "그렇다면 참석할 수 없어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해도 그렇지 계엄이 뭐냐"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사직서는 12월 4일 오전 0시 9분쯤 법무부 회의실에서 제출됐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통과되기 50여분 전, 누구도 해제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사표로 맞선 유일한 사례로 그의 행동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반면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에 계엄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대기,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확보를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최근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외에도 김건희씨와 '정치적 공동체'로 내란 범행에 협조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전 장관 외에도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 전반을 심의하는 최고위급 공무원들의 선택은 상당수 내란 범행에 협조하거나 방조하는데 쏠렸다.

'국정 2인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계엄에 반대했다고 줄곧 주장했지만 대통령실 CCTV를 통해 수상한 행각이 드러났고, 내란특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해 최근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정권 실세인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역시 계엄 관련 소방청에 단전·단수 관련 지시를 한 정황이 포착되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군, 경찰 수장이나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인 체포조' 투입 의혹을 받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국회 봉쇄 지시 의혹을 받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 등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경우 윤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로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인 상태다.

반면 큰 틀에서 계엄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등은 현재로선 수사 선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은 내란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거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정도다. 다만 이들 역시 최고위급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사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체포 지원' 실행 않은 홍장원…'실체 규명' 적극 협조 중인 곽종근

계엄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인물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과 여인형 전 사령관과 통화한 홍 전 차장은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전달받고 위치 추적 등의 협조 요청을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비상계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지시라고 판단한 홍 전 차장은 당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윤 전 대통령과 여 전 사령관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알렸다. 국정원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내려달라는 요청이었지만 조 전 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후 홍 전 차장은 이들의 지시를 국회 등에 적극 설명했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내란재판에 각각 두 차례씩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적극 진술했다. 내란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증인한테 실시간 위치추적 부탁하는 거 보니까 이 친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이라고 발언하자 홍 전 차장은 "피고인,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시는 건 아니죠?"라고 꼬집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의 증언은 탄핵에 이어 내란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적용을 판가름할 이른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조 전 원장이 처한 상황은 홍 전 차장과는 크게 다르다. 내란특검은 지난달 28일 조 전 원장을 정치관여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계엄에는 동조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 중인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같은 유형도 있다. 내란 가담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곽 전 사령관은 현재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 등에 적극 협조할 경우 형량을 낮춰주는 미국식 유죄 협상 제도 '플리바게닝'을 고려하더라도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른 군 수뇌부들과 달리 혐의 부인에만 골몰하지 않고 내란사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셈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이어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장에게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증언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지만 즉각 반박당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단순 질서유지 차원이었다면 군이 아닌 경찰을 투입했으면 됐다고 증언했다. 내란재판 증인으로 출석해선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다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선관위 진입' 부당, 차 돌려…라면 먹거나 주변 배회 '소극 저항'

현장에서 계엄 관련 지시를 받은 일선 군이나 경찰 등 구체적인 임무수행을 망설인 경우도 있었다.

한 방첩사 간부는 선관위 진입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의왕휴게소에서 차를 돌렸다. 한 부서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직후 사령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하 직원들에게 전원 철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 투입 계엄군 중에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주변을 배회하며 사실상 명령 수행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국회에 출동해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계엄군 병사들은 철수하면서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앞서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계엄령이 신속히 해제된 이유에 대해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명시했다.

계엄령이 2시간 만에 해제된 것은 윤 전 대통령이 말하는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부당한 명령에 소극적으로 임한 군인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계엄 해제에 많은 이들의 소극적 저항의 기여가 있었음을 분명히 인정한 셈이다.

계엄의 밤 출동 지시를 받은 방첩사 유재원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지난달 10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계엄 당일 선관위 전산실 하드디스크를 떼어오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사이버보안실에 수사관 자격이 없고 전산 장비는 절차에 따라 가져오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단 의견을 낸 인물이다.

유 실장은 재판 말미 마지막 발언을 요청했다. "12·3 비상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지만, 방첩사 내부에도 불법 계엄에 저항한 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에 좀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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