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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천명 증원…어찌 이런 졸속 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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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기자수첩'은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기자수첩]
尹 "더 많이" 한마디에 복지부 '의대 증원 규모' 재설계 반복
보정심도 토론·검토 기능 없어…위원들에게 충분한 자료 제공도 안돼
수급 추계도 증원 근거 부족…현재와 미래 부족 인력 단순 합산
이제 다를까? 2027년 의대 정원 논의하는 추계위 결정 주목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의료개혁 홍보 영상. 보건복지부 유튜브 채널 캡처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의료개혁 홍보 영상. 보건복지부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이어진 의정 갈등의 출발점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었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추진 과정을 보면, 이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결정됐는지 명확해진다.
 
핵심은 한 가지다. 국가적 규모의 보건의료 정책이 체계적 분석보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말 한 마디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3년 6월 '6년간 3천명 증원' 방안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천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후 복지부는 그해 10월 '4년간 5천명 증원' 방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 역시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말 앞에서 수정됐다. 정책 방향은 연구·분석이 아니라 대통령 요구치에 맞춰 재설계되는 양상을 반복했다.

2024년 2월 27일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2024년 2월 27일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해 12월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정책수석이 '2천명 일괄 증원안'을 제시했고, 복지부는 단기간 내 단계적 증원안과 일괄 증원안을 함께 제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일괄 증원안을 선택했다.

이후 전략회의에서도 '2천명 일괄 증원' 의견이 거듭 제시되자 복지부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확정적이라고 판단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안건을 상정했다.

2024년 2월 14일 박민수 당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2024년 2월 14일 박민수 당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문제는 이 보정심도 실질적 토론·검토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원들에게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고, '2035년 1만5천명 부족'이라는 추계의 타당성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회의 시작 전부터 의대 증원을 발표하는 브리핑 일정이 공지된 점도, 논의의 실질적 역할이 제한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공식 심의기구가 절차적 정당성 확보보다는 결정의 형식적 통과 역할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은 특히 수급 추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와 미래 부족 인력을 단순 합산한 점, 의료취약지 문제를 전체 부족 문제로 일반화한 점, 의사 노동시간 변화나 기술 발전 등 구조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이 그것이다. 결국 정책의 결정의 출발점인 '증원 근거'가 견고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의료계는 감사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비합리성과 절차적 문제점이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넘게 이어져온 의정갈등이 정책 결정 과정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2024년 3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2024년 3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과정은 '정책 결정 체계가 충분히 검증되고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전문가 분석, 정부 내부 검토, 공식 심의기구 논의 등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인지, 아니면 지금도 특정 의사결정자의 의중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체계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복지부도 "감사원에서 통보한 분석 결과는 의료인력 수급과 관련해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의대 정원 결정이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보정심 등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추계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추계위 결정은 절차적 투명성과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 진행됐는지 살펴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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