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 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달 러시아측 고위 인사와 통화한 내용이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통화는 지난달 14일 위트코프 특사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나눈 것으로, 당시 위트코프는 러시아측에 가자전쟁 휴전을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칭찬할 것과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와 관련해 민감한 조언을 조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해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한 직후이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이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3일 전이었다.
통화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언급하며 "그 전에 우리는 당신의 보스와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에 앞서 트럼프·푸틴 간 통화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의 심장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을 시사했던 때였고,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면서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 협정 체결 등 업적을 축하한다고 말할 것으로 권하며 "그렇게 하면 정말 좋은 통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위트코프 특사의 말대로 가자 협정 체결 성공을 축하하는 말로 대화를 이끌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통화 뒤 "우리는 생산적인 전화통화를 했고, 곧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이 '영광스럽지 못한'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후 미·러 정상회담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푸틴과의 통화 다음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토마호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토마호크 지원과 관련한 얘기를 뒷전으로 미뤘다.
또한 위트코프 특사는 유출된 통화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영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이제 나는 평화 협정을 성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도네츠크와, 아마도 어느 땅과 다른 땅의 교환"이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는 처음 미국 정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종전안 초안 28개 항목 중 하나였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 고위관리 간 휴대전화 내용이 유출된 경위와 배경을 놓고도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휴전 협정안을 방해하려는 유럽 정보기관들을 지목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에서 이득을 취하면서 계속 전쟁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러시아 정부내 세력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샤코프의 또 다른 통화가 유출된 것을 들어 러시아 내에서 우샤코프를 견제하려는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