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모습이 담긴 CCTV를 반출하기 전날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락한 정황을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해당 CCTV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흔들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
조 전 원장이 CCTV 반출을 지시하게 된 과정에 당시 여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관련 의혹을 확인할 전망이다.
'홍장원 흔들기' 수단이었던 CCTV…누구 아이디어였나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지난 2월 6일쯤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성일종·유용원·윤상현 의원과 통화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들 모두 조 전 원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튿날 국정원에선 조 전 원장 지시로 CCTV를 내부 서버에서 반출하기 위한 다운로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홍 전 차장의 동선을 촬영한 CCTV였다.
앞서 홍 전 차장은 당일 오후 11시6분 국정원장 관사 입구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적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데 CCTV에는 그가 오후 10시58분 이미 본청 내부로 들어간 장면이 담겼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CCTV는 지난 2월 20일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당시 의원들은 "홍 전 차장은 탄핵 심판 핵심 증거인 체포 명단 작성 과정에 대해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다"며 "이마저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CCTV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도 같은 날 오후에 열린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CCTV를 제시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을 압박했다. 사실상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선 CCTV가 탄핵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CCTV가 처음 반출되기 직전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인사들과 소통한 것인데, 특검은 이들 사이에 CCTV를 활용하기 위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윤 의원의 경우 수개월 만에 조 전 원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한 법조인은 "홍 전 차장이 처음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두 번째 출석까지 일련의 상황을 보면 조 전 원장과 국민의힘이 교감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충분했다"고 전했다.
조태용-국힘 교감 의심…'홍장원 흔들기' 나선 의원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박종민 기자특히 일부는 통화 이후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는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월 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취재진과 만나 "홍 전 차장 등 여러 진술이 오락가락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음날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장원의 모순당착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체포 메모의 신빙성 등에 대한 발언이 번복되는 것은 단순한 기억 착오를 넘어 의도적인 왜곡이나 책임 회피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성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SNS에서 "살생부를 보좌관한테 재작성시키는 사람 들어본 적 있나. 국정원이 이 정도냐. 국민이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홍 전 차장을 비판했다.
다만 유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조 전 원장과 통화에서 홍 전 차장이나 CCTV에 관한 대화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 의원과 윤 의원은 사실관계를 묻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