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조은수(전소니)와 조희수(이유미)가 희수의 남편 노진표(장승조) 살인을 결심하게 되는 내용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진강상회 대표 진소백(이무생)은 두 사람을 돕는 인물로 등장한다. 넷플릭스 제공현장에서 '아이디어 뱅크'였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에서 진강상회 대표 진소백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을 두고 전소니와 이정림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특히 꿀밤을 주고 마작패 그림을 보여주는 설정은 이무생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언급돼 눈길을 끈 이무생의 꿀밤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두 차례 제안됐지만, 인물의 개연성을 고려해 7회 중반부 한 차례만 반영됐다.
그가 처음으로 제안한 장면은 7회 초반 조은수(전소니)가 장강(장승조)과 몸싸움을 벌인 뒤 진강상회에서 조희수(이유미), 진소백과 함께 머물던 신이다.
이무생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진소백 느낌을 살려 리허설을 해봤는데 은수와 희수와의 관계가 아직 (가까울 정도가) 아니라고 감독님이 말씀을 주셔서 그 부분은 넘어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그의 현장 아이디어는 또 있었다.
"진소백이 중국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의심되는 지점을 연기해야 했기에 몇몇 장면에서는 한국어 대사를 중국어로 바꿔 말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감독님께 제안을 해봤죠."
해당 장면은 해장국 집에서 "내가 한 말 때문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과 노진영(이호정)에게 조사받고 나온 조은수를 향해 "토 달지 말라"고 말하는 신이다.
그는 "혼잣말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모국어가 튀어나올 수 있지 않느냐"라며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은수에게도 더 강한 어조로 전달될 것 같았다. 적재적소에 배치하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중국어 대사 부담에 대해서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2023)'나 영화 '시민덕희(2024)'에서도 일본어와 중국어 대사를 한 적이 있었다"며 "외국어는 무조건 입에 붙는 수밖에 없더라. 자다가도 툭 치면 바로 나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중국어 선생님이 주신 녹음을 입에 달달 붙였다"고 말했다.
"아들 잃은 트라우마 지닌 인물…오묘함에 이끌렸죠"
배우 이무생은 극 중 장발의 진소백을 연기한 것과 관련 "감독님이 제안해주신 것"이라며 "처음 해봤는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이무생은 극 중 진소백이라는 인물을 접했을 때 '오묘함'과 '모호함'에 끌렸다고 떠올렸다.
그는 "진소백 역시 멈춰 있는 벽시계처럼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어떤 기둥이 무너진 채 살아가는 진소백이 은수와 희수를 만나며 서서히 변화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소백을 최대한 이해해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속이 비어 있고 붕 떠 있는 느낌이었을 것 같았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라며 "(진소백의 세상에) 은수와 희수가 들어오면서 균열이 생기고 진소백은 멈췄던 삶에 재생 버튼을 눌러준 두 사람에게 감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극 중 악역인 노진표와 장강으로 활약한 장승조에 대해 "힘든 역할이었을 건데 현장에서 힘든 내색 하나 하지 않더라"며 "같은 배우니까 별 얘기 하지 않고 어깨를 토닥이며 '우리 열심히 또 살자'고 했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장강을 완벽하게 표현해 줘서 진소백을 끌어올리게 했다"며 "중국에서 돌아온 장강이 제가 마시던 캔을 쳐버린 장면은 장승조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캐릭터로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소니와 이유미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은수의 모습이 전소니를 통해 바로 나오더라. 진소백으로 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고마웠다"며 "이유미는 희수 역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온앤오프가 확실한 배우여서 재미있게 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연을 펼치더라"고 전했다.
"폭력이 결국 시작점…모든 은수와 희수에게 위로 되길"
이무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순간에도 남을 해하지 말아야겠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다시 일깨워줬다"며 "착하게 살고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 동시에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되뇌게 됐다"고 말했다. 에일리언컴퍼니 제공이무생은 이번 작품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결국 '폭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력이 없었다면,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당신이 죽였다' 제목 그대로 우리가 모두 공범일 수 있도 있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작품은 공개 2주 차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칠레 등 총 71개국에서 톱10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이무생은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너무도 감사하다"며 "모든 은수와 희수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끝으로 영화 '방과후 옥상(2006)'에서 데뷔해 20주 년을 앞둔 이무생은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변함없이 작품 안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감사함을 갖는 게 저를 위해서라도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