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북스 제공 여행가이자 국제구호 활동가로 잘 알려진 '바람의 딸' 한비야가 신작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를 펴냈다. 지난 5년간의 공백 이후 발표한 이번 책에서 그는 인생 후반부에 접어든 자신이 새롭게 배운 삶의 태도—천천히 걷는 법, 나눔의 기쁨, 배움의 즐거움—을 담담하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문체로 풀어냈다.
한비야는 "천천히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었다"며,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늘 달리기만 했던 지난날을 돌아본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경주마처럼 뛸 필요가 없다"며, 나를 위한 걸음의 속도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월드비전에서 대규모 구호사업을 이끌었던 그는 시스템이 닿지 못하는 현장의 사각지대를 경험한 뒤, 스스로 판단해 직접 돕는 '내돈내도' 방식의 도움을 실천해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크고 대단한 구조가 아니어도, 하루 한 번 마음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작은 손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에는 대학에서 세계시민 교육을 맡고 있는 그의 수업 방식도 담겼다. 그는 매 학기 절반은 이론, 절반은 실제 국가별 사례 분석과 토론으로 채우며 "학생 못지않게 빡세게 공부한다"고 말한다. 남수단, 르완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등에서 가져온 생생한 현장 경험은 수업의 핵심 자산이라고 밝혔다.
안식과 성찰을 위한 여행에 대한 생각도 전한다. 한비야는 "여행의 본질은 결국 나를 다시 좋아하게 되는 데 있다"며, 동행 여부보다 '내가 나를 충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게 어렵다면 과감하게 '따로 또 같이' 여행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책 말미에는 그가 2023년 스스로 개교한 '은퇴학교' 이야기도 담겼다. 65세부터 80세 이후까지를 네 학년제로 나누고, 신체·정서·사회적 여건에 따라 스스로 커리큘럼을 구성해가는 새로운 방식의 '자기 돌봄 학교'다.
한비야는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숙과 여유를 누리기엔 저녁 시간이 더 적합하다"며, 인생의 어느 시기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비야 지음 | 중앙북스 |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