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흘달 제공하버드대 인문·사회계 학부생을 위해 개설된 과학 입문 강의를 한 권에 담은 '하버드 문과생의 과학 수업'은 천체물리학의 세계적 석학 어윈 샤피로 교수가 직접 설계하고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주·지구·생명이라는 세 축을 따라 인간이 자연 세계를 이해해 온 과정을 개론형 교양서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독자'를 전제로 쓰였다는 점이다. 거대한 우주론에서 플레이트 텍토닉스, 세포와 DNA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을 폭넓게 다루지만, 설명의 방식은 학술서가 아닌 '탐구의 흐름'에 가깝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어떻게 발견됐는지, 잘못된 가설들은 왜 무너졌는지, 과학이 어떤 질문으로 진전돼 왔는지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샤피로 교수는 "과학은 완성된 진리가 아니라 질문에서 시작해 이해에 이르고, 다시 질문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천동설과 범생설처럼 이미 폐기된 이론들도 서술의 중요한 한 축으로 다룬 이유다. 과학이 발전해 온 길에는 실패한 실험, 엇갈린 논쟁, 경쟁, 기술 도약 등이 교차해 왔으며,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의 다면성'을 이해하는 데 무게를 둔다.
책은 고대 천문 관측에서 케플러 법칙, 허블의 우주 확장 발견, CMB(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의 의의에 이르기까지 우주론의 틀을 소개하고, 지진·지구 내부 구조·지구 나이 산정 등 지구과학의 핵심 쟁점을 설명한다.
이어 DNA·유전 정보·생명 기원의 연구까지 이어지며, 과학이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해 온 '모형의 역사'를 간결하게 보여준다.
샤피로 교수는 미국물리학회 아인슈타인상, 제러드 카이퍼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 특히 '샤피로 시차 효과'를 예측하고 입증한 업적이 잘 알려져 있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강의로도 명성이 높아, 이번 책 역시 과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비교적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 사고와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 책은 과학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세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관찰–질문–검증이라는 과학적 사고의 뿌리를 되짚어보며, 오늘의 중요한 사회·환경 문제를 읽어내는 데 필요한 기본 틀을 제공한다.
어윈 샤피로 지음 | 조은영 옮김 | 초사흘달 | 4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