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잘못을 조기에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23일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19~22일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순방을 마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아시아 3국이 '대만 독립 반대'와 중국의 통일 실현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일본이 잘못된 길을 고집스럽게 걷는다면, 국제사회는 일본의 역사적 범죄를 재평가할 권리가 있으며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하지 않도록 막을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의 이번 갈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초 국회에서 "중국 본토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일본의 '존립 위기사태'가 될 수 있다"며 대만 유사시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촉발됐다.
왕 부장은 올해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임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해에 일본이 해야 할 것은 대만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든 역사와 군국주의가 벌인 전쟁 범죄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대만과 역사 문제에서 규칙을 지키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본의 현직 지도자가 뜻밖에 공개적으로 대만 문제 무력 개입을 시도하는 잘못된 신호를 발신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건드려선 안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중국은 단호한 반격을 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것이자 피와 생명으로 바꾼 전후 성과와 국제적 정의, 인류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하나의 중국' 등 내용이 명시된 중일 4대 정치문건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어느 당파든, 누가 집권하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몸을 세울 수 없고, 국가가 신의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이 조기에 잘못을 반성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만약 일본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잘못을 계속한다면, 정의를 주장하는 모든 국가와 인민은 일본의 역사적 죄악을 다시 청산할 권리가 있고 일본 군국주의의 재기를 단호히 막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 이후 중국은 연일 거친 비난을 쏟아내며 자국민에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