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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나 흉내 내죠" 신의 불을 훔친 인간…'프랑켄슈타인'[왓더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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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모든 작품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공개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천작부터 숨은 명작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에선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리뷰합니다.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스스로 불을 끈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결과는 냉혹했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아야 했다.

메리 셸리는 1818년에 발표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를 붙이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을 그려냈다. 작품 속 죽은 자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은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를 연상시킨다.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핵심 주제를 따르면서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독창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과 피조물(제이콥 엘로디)이 각자의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3막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머니 클레르 프랑켄슈타인(미아 고스)을 잃은 뒤, 죽음을 정복하려는 집념에 사로잡힌 빅터. 그는 시신 일부를 이어 붙인 복합 실험체를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지만, '신성 모독'이라는 학계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다.

이를 지켜본 하인리히 하를란더(크리스토프 발츠)는 빅터의 실험에 관심을 보이며 그에게 묻는다.

"불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프로메테우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
불멸의 삶에 매료된 하인리히는 빅터 연구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기에 이르고, 빅터는 결국 시체 일부를 이어 붙여 피조물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창조의 기쁨도 잠시, 피조물이 감당해야 하는 삶을 생각하지 못 한 빅터는 공허함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엘리자베스 하를란더(미아 고스)는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괴물들이나 신을 흉내 내는 법이죠."

원치 않게 세상에 태어난 피조물은 잔혹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모든 고통을 멈추는 유일한 치료 약인 죽음이라는 선물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지."

어머니 떠올린 붉은색…스스로 불을 끈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
작품 곳곳에는 붉은색이 배치돼 상징적 의미를 더한다. 클레르 드레스에서 시작해 관 얼굴 내부의 색, 우산, 장갑, 배터리, 수호천사 등 빅터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요소가 담겨 있다.

반면, 빅터와 처음 대면하는 장면에서 엘리자베스가 입은 파란색 드레스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그와 정반대되는 입장을 암시한다. 이는 마치 불과 물처럼 대비되는 관계를 암시하며 인물 간 가치관의 갈등을 색채로도 구현했다.

미장센의 완성도도 인상적이다. 설원 위의 장면은 피조물의 고독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고, 성 내부에서 홀로 실험에 몰두하는 빅터의 모습은 그의 내면적 고립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실험에 성공한 빅터가 들고 있던 불을 스스로 끄는 장면은 그의 심리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행위는 신의 영역을 넘보는 존재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자각한 인간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영화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
음악과 연출의 결합도 눈길을 끈다. 피조물을 만드는 과정에 깔린 왈츠 선율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피조물의 창조 과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여기에 오스카 아이작의 열연과 미아 고스의 1인 2역 연기는 이야기 몰입을 돕는다.

다만, 작품은 순수한 피조물의 내면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서사로 재해석된 만큼, 원작의 전형적 이미지와 공포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과 시체 더미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피조물의 이야기는 불완전한 존재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피조물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 준 눈먼 노인(데이비드 브래들리)은 남은 마지막 책 존 밀턴의 '실낙원'을 읽기 전 그에게 말한다.

"용서하고 잊는 것, 그게 진정한 지혜라네."

피조물은 과연 존재의 의미를 찾을지.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연출. 오스카 아이작·제이콥 엘로디·미아 고스 출연.  청소년관람불가. 152분.

한줄평: 인간을 비춘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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