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인구소멸 속에 늘어나고 있는 농어촌 빈집을 정비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잇따라 발의된 가운데 빈집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와 규제 완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국 빈집 13만 4천 호 가운데 농어촌 빈집은 7만 8천 호로 파악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도시·농어촌 주민 삶의 질 및 정주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방치된 빈집은 마을 경관 훼손과 쓰레기 악취, 안전위험(붕괴 및 화재), 범죄 발생 우려 등 각종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 등 여야 정치권에 의해 잇따라 농어촌빈집 정비 특별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에는 빈집 문제 해결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는 한계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주도 만으로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빠른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농어촌 빈집이 높은 수리비 등으로 인해 활용 가능한 자산이 아니라 처리 곤란한 부채로 인식되는데다 상속문제나 무허가 등의 문제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정돼 있는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농촌 빈집 법률 지원단 운영 등 법률·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빈집협력공인중개사 제도를 활용해 빈집의 거래와 정비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농촌 빈집에 대한 취득세 등 세제 지원과 농어촌주택개량자금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 주도 정비규역 외에 민간의 창의적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구역을 지정해 민간사업자나 개인도 건폐율 완화를 포함한 건축특례와 농지법 특례 허용도 보완책의 하나다.
농촌경제연구원 심재헌 연구위원은 "농촌 빈집 문제는 더 이상 개별적인 철거나 공공사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정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빈집에 대한 정보 접근성 개선과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 등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직접적인 공급자 역할에서 나아가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자, 민간 참여를 위한 시장 촉진자로서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식품부는 농어촌 빈집 7만 8천 호 중 활용 가능한 빈집은 62%인 4만 8천 호 정도이며 나머지 3만 호 정도는 철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농촌 빈집 정보를 검색하고 거래할 수 있는 농촌 빈집은행이 지난 8월 개시된 이후 8건의 거래가 성사됐고 거래가능 빈집 90여건이 등록됐다. 빈집은행에 전국 21개 시군이 참여 중이고 지역협력 공인중개사 140여명이 활동하며 빈집 거래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빈집 재생과 철거지원 사업이 농식품부로 일원화돼 올해 15억 원이던 예산 규모가 내년에는 123억 원으로 확대 편성됐고 여기에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어촌 빈집 정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농식품부 김소형 농촌재생지원팀장은 "농촌 빈집은 농촌 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국가적 현안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며 "농촌 빈집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반이 될 '농어촌빈집정비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고 조속히 제정되는데 공감대가 있는 만큼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