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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의 유산을 품어낸 K팝을 들려주는 슈퍼주니어[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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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시아 스타 등용문'을 목표로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엔터테이너형' 그룹, 그룹 안에서 많은 '톱스타'를 배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출발한 슈퍼주니어. 멤버의 강점과 개성을 살려 가수·탤런트·영화배우·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실제로 이뤄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가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두 번째 편은 슈퍼주니어 음악 이야기입니다.

[기획] 슈퍼주니어 20주년 ② - 슈퍼주니어의 음악

2005년 11월 6일 데뷔한 그룹 슈퍼주니어. SM엔터테인먼트 제공2005년 11월 6일 데뷔한 그룹 슈퍼주니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쏘리, 쏘리'(SORRY, SORRY)뿐 아니라, 데뷔 초부터 대표곡을 차곡차곡 쌓아온 그룹이다. 팀의 특성을 반영해 자체적인 장르를 제시하는가 하면, 연차가 쌓임에 따라 조금씩 방향성을 바꿔가며 현재 20주년에 이르렀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슈퍼주니어가 완전히 자리 잡은 후 내놓은 음악을 정의하자면 '한국 가요와 가장 가까운 K팝이다. 발라드·댄스·성인가요까지 90년대 가요의 유산을 잘 품어내, K팝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 없는 모습의 K팝을 보여주는 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은 청소년과 20대를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들은 활발한 방송 출연 등을 기반으로 얻은 전세대적 인지도와 친근한 이미지를 음악 활동에까지 가져와 유감없이 활용했다. 다양한 세대를 전부 겨냥한다는 건 한 세대가 인정하는 쿨함을 벗어난다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슈퍼주니어는 이것을 유머로 우회해서 설득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슈퍼주니어는 1세대 중에 유영진의 지휘 아래 보다 미국 보이그룹 같은 느낌을 연출하던 에이치오티(H.O.T.)나 신화보다도, 멋진 외모와 댄스를 보여주면서도 노래에서만큼은 가요의 '뽕끼'를 잃지 않았던 젝스키스의 계보로 느껴진다. '미인아'(Bonamana) 후반에서 대인원이 음 없는 갱보컬 "hope you step to me step to me"를 외칠 때는 젝스키스 '학원별곡'(學園別曲)의 갱보컬 느낌이 난다"라고 예를 들며 "그래서 SM 안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의 팀"이라고 말했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 12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슈퍼주니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 12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랜디 서 평론가는 "다인원 아이돌이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전략이 슈퍼주니어를 통해 실험되었고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많은 인원이 파트를 돌아가며 부르면 그 자체로 영상의 몽타주 편집처럼 다이내믹함이 생긴다. 은혁을 중심으로 한 다인원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군무, 도미노 같은 동선, 멤버들의 캐릭터를 활용한 기믹('쏘리, 쏘리'에서 키가 비슷한 려욱과 성민이 같은 멜로디를 앞뒤로 불러 쌍둥이처럼 콜 앤 리스폰스를 연출한 것) 등"이라고 전했다.

그는 "팀이 여러 사연을 얻게 된 뒤 '미스터 심플'(Mr. Simple)이나 '마마시타'(MAMACITA)(아야야) 같은 곡 가사로 일반적인 10대 대상 아이돌 가수에게는 보기 힘든, 현실에 지친 현대인의 애환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어른'을 위한 음악을 하는 아이돌 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라고 짚었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슈퍼주니어 음악은 음원보다 공연장에서 무대로 즐길 때 힘을 발휘하는 곡이 많다. 이들의 유쾌한 캐릭터가 담긴 가사를 음원으로 들으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공연장에서는 멤버들이 지닌 끼로 이런 지점을 능청스럽게 극복한다"라고 운을 뗐다.

또한 "'멋진 오빠'의 이미지를 표방하면서 여성의 미적인 부분을 칭송하는 가사의 곡이나 자신들의 멋을 자랑하는 가사가 붙은 곡을 주로 불렀고, 이를 두고 음악 팬들의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그런 호불호를 엔터테이너적인 능력으로 극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슈퍼주니어는 '쏘리, 쏘리'의 대히트 이후 'SJ 펑키'라는 고유한 장르를 꾸준히 선보인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슈퍼주니어는 '쏘리, 쏘리'의 대히트 이후 'SJ 펑키'라는 고유한 장르를 꾸준히 선보인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차우진 음악산업평론가는 "슈퍼주니어의 댄스곡은 특유의 중독성 강한 후크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기반으로 훵키한 매력을 가진다. '쏘리, 쏘리' '미인아' '미스터 심플'로 이어지는 히트곡들이 대표적"이라며 "퍼포먼스와 보컬을 이원화해 감성적인 발라드와 퍼포먼스 댄스곡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라고 바라봤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 부교수는 "음악적으로 슈퍼주니어는 다인원 그룹 퍼포먼스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노래와, 공연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해당 시대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음악을 통해 연차가 쌓여도 여전히 세련미를 담아낸 음악을 발표해 왔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밝혔다.

'SJ 펑키(Funky)'라는 고유한 장르를 개척한 점도 언급됐다. 랜디 서 평론가는 "'쏘리, 쏘리' 성공 후 'SJ 펑키'라는 장르를 표방했다. 탑라인의 선율과 리듬을 단순하며 뽕끼 있게 유지하며 힘 있는 전자음과 풍성한 화성으로 장식해, 신나게 따라 부르기 좋으면서 프로덕션 완성도는 좋은 곡을 여럿 발표했다. 이런 곡들이 특히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중화권에서 활동한 슈퍼주니어-M의 '슈퍼 걸'(Super Girl)이나 '태완미'(太完美)(Perfection)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초기에는 레이블 색이 강한 SMP(SM Music Performance)로 등장했으나, '쏘리, 쏘리' 이후 후크송과 펑키한 리듬을 결합해 'SJ 펑키(Funky)'라고 이름 붙인 특유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타이틀곡에서 반복된 작법이 피로감을 주기도 했으나, 다른 그룹과 구분되는 고유의 음악 스타일을 꾸린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라고 전했다.

올해 8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슈퍼쇼10'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올해 8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슈퍼쇼10'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노 음악평론가는 "슈퍼주니어는 윤종신, 황현, 에피톤 프로젝트, 자우림 등 내로라 하는 국내외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화려한 크레딧을 자랑한다. 자칫 해당 작곡진의 색깔에 팀 컬러가 잡아먹히는 결과가 될 수 있으나, 워낙 멤버들의 면면이 개성 넘쳐서인지 이조차도 '슈퍼주니어-화(化)' 해서 소화해 내고 만다. 이런 소화력을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게 2015년에 발매된 스페셜 앨범 '데빌'(Devil)"이라고 말했다.

아직 유닛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 때부터 여러 유닛을 만들어 왕성하게 활동한 슈퍼주니어. 유닛별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도 다채로웠다. 랜디 서 평론가는 "유닛 T나 해피로 내놓은 노래는 쿨이나 유피(UP)의 댄스 가요에서 느껴지던 활기와 유머를 재연하고 있다. 유머가 중심 되는 태도는 일본의 슈퍼에에트(구 칸쟈니8) 같은 팀과도 닮은 점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크라이(K.R.Y) 유닛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발라드 가요를 보컬리스트 각자의 색깔을 담아 보여주었다. 오리지널 팀 활동 때도 이 보컬 라인이 노래를 튼튼하게 떠받치며 K팝 곡에 가요적인 페이소스를 더해준다. 동해와 같은 리드보컬들도 모두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장난기 넘치는 노래라 해도 장난처럼 들리지 않는 건 실력에 기반한 자신감 덕분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
벌써 200회 넘게 진행한 자체 브랜드 공연 '슈퍼쇼'도 빼놓을 수 없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슈퍼주니어의 공연 '슈퍼쇼'는 스펙터클한 연출, 충실한 세트리스트, 예능감 넘치는 멤버들의 MC로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팬이 되어 돌아온다'라고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한 무대에서 멤버들의 매력이 더욱 역동적으로 드러나는 공연력, 이것이 슈퍼주니어만의 차별점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정민재 평론가도 "활동 초반부터 '슈퍼쇼'라는 콘서트를 시리즈로 이어오며 공연 아티스트로서 브랜드를 구축한 것도 특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차우진 평론가는 슈퍼주니어만을 위한 전문 레이블 '레이블 SJ'를 설립한 것을 들어 "전례 없는 시도로 멤버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콘서트 연출(신동·은혁)을 직접 하는 등 기획과 결정권을 부여했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동기 부여와 커리어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셀프 프로듀싱을 소화하며 크리에이터로 진화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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