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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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부터 5시까지는 택배 배송 금지'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회의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0시부터 5시까지의 택배 배송을 제한하자"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택배노동자, 소비자, 노동조합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은 이미 삶의 일부"…"금지시키면 파장이 클 것"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 노동조합(쿠팡노조)과 소비자단체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노조는 지난달 30일 "5시 이후에 배송을 하려면 간선 기사들과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밤새 일을 해야 한다"며 "새벽배송이 이제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은 현실을 외면하고 단순히 '야근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같은날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새벽배송 전면 금지 피해는 소비자나 자영업자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물류 종사자와 연관 사업자 등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의 일상과 생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택배노동자의 권익과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소비자와 사회 전체의 효용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사)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지난 9월 24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1천명 대상으로 진행한 '택배배송 서비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1%에 달할 만큼 "새벽배송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에 일부분이 됐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입니다.
"급한 물품은 아침에 받을 수 있게 조정하면 돼"…"건강이 우선"
연합뉴스이에 택배노조는 "노동조합의 제안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안이 아닌 '새벽배송 제한'안"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0시부터 5시 사이에 택배 배송을 안하더라도 선조치를 통해 소비자들은 아침에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지난달 30일 택배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밤 12시까지의 새벽배송과 새벽 5시 이후 배송은 계속된다"며 "긴급히 새벽배송이 필요한 물품에 한해 오전근무조(5시 출근)가 새벽배송으로 물품을 배송하자는 방안이라 아침 일찍 받아야 하는 긴급한 품목에 대해선 품목 사전 설정 등을 통해 기존처럼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며, 야간노동과 관련된 국내기준과 국제적 기준은 '연속 2~3일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쿠팡 새벽배송은 5일 혹은 6일씩 계속 심야노동하는 '연속 고정 심야노동'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새벽배송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추구되는 방식은 윤리적 소비행태에 어긋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택배배송시스템"이라며 "소비자의 편익과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이 조화롭게 실현되는 방안을 찾겠다"고 호소했습니다.
韓 "직업 선택의 자유" vs 張 "과로사의 위협속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유튜브 '박재홍의 한판승부' 캡처해당 주제로 SNS상 설전을 주고 받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정의당 장혜영 전 의원은 지난 3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새벽배송 제한'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 날 한 전 대표는 "물론 세상이 완전하지 않으니까 무조건 시장에 맡기면 안되고 꼭 필요할 때 부작용이 나지 않게 정교한 개입을 해야 한다"면서도 "0시에서 5시까지의 새벽배송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정교한 개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람의 인체 리듬상 야간에 업무를 하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택배노동자들은)그걸 다 알면서 선택한 것"이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선택해서 그 업무를 하는 경우에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엔 100% 동의하지만 이 직역 자체를 없애자는건 민주노총이 무슨 권한으로 그걸 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0시에서 5시 사이에 택배노동자들이 배송을 하지 않으면 새벽에 받아볼 수가 없다"며 민주노총이 내놓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하되 0시부터 5시 사이의 새벽배송은 제한한다"는 의견에 왜곡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장 전 의원은 "택배노동자들의 반복되는 과로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제안된 안"이라며 "그 안은 새벽배송이라고 하는 서비스는 최대한 유지를 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심야 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고 하는 합리적인 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벽배송은 오늘 밤에 배송을 시켜서 내일 아침 7시 전에 받아보는 것"이라 짚으며 "현재 택배노동자들은 배송 뿐 아니라 분류작업, 프레시백 정리 및 회수 등의 자기 일이 아닌 일을 5시간 정도 하는데, 그 일을 담당할 다른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사측이 아주 조금만 시스템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새벽 배송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쿠팡에서 야간 배송을 하는 택배 노동자 고(故) 정슬기 씨의 사연을 들며 "택배노동자들이 일주일 안에 근로하시는 시간을 합쳐 보면 52시간이 넘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과로사를 판정할 때 야간 노동에 있어서는 30%를 가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지금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시는 택배 노동자 분들은 상시적 과로사의 위험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젠 일상으로 자리잡은 새벽배송 과정 속에 택배노동자들의 건강 보장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다양한 입장들이 얽혀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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