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제공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사전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조사 능력 제고,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를 도입하는 등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4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9월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보완, 강화한 것이다.
			
		
공정위 남동일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기술을 지키는 일은, 기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일인 동시에 한국경제 혁신 생태계를 지키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며 기술탈취 근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기술탈취를 '신고 이후 조사'가 아닌 '사전 감시-선제 대응' 체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는 관계단절 우려 등으로 피해 중소기업이 신고 자체를 기피해 왔고, 이로 인해 사안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계·전기전자·자동차·소프트웨어 등 기술탈취 빈발 업종을 중심으로 '기술보호 감시관' 12명을 이날 위촉해 현장의 숨은 피해를 직접 발굴토록 했다. 감시관은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기술자료 유용, 부당한 요구 등 혐의사항을 공정위에 실시간 제보할 수 있으며, 이 정보는 수시 직권조사의 단서로 활용된다.
아울러 벤처기업협회와 연계한 '익명제보 핫라인'을 신설, 익명성과 접근성을 높여 중소기업의 제보 장벽을 낮췄다. 중기부·지식재산처·경찰청 등 관계기관과는 실무협의회를 정례화해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술탈취를 뿌리 뽑기 위해 공정위는 법집행도 전면 강화한다. 특히 기술탈취가 반복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 직권조사 횟수를 연 3회 이상으로 늘리고, 기술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해 전문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기존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업종별로 더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피해 기술자료와 가해 기술 간 유사성, 경제적 가치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피해기업이 소송을 제기해도 증거를 갖추기 어려운 점 역시 이번 대책에서 중점적으로 개선된다. 기술자료와 내부 문건 등 대부분의 증거가 가해기업에만 편재된 현실을 감안해, 공정위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법원이 직접 피해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디스커버리는 소송과정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직접 피해 관련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공정위가 조사 중 확보한 자료를 법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고, 입증책임도 피해기업이 아닌 가해기업에 부과하는 구조로 전환한다.
공정위는 단순히 법을 위반한 기업을 제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기업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피해기업이 직접 법원에 기술탈취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피해구제 기금'을 신설해 소송지원, 융자, 피해예방 교육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중기부·특허청·경찰청 등과 협업해 지속적인 대책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
남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범정부 차원의 기술탈취 근절 정책 기조를 이어서,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가겠다"며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촘촘한 감시·엄중한 제재는 물론 예방·보호·재기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적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