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가 열리는 전남 강진만생태공원에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갈대밭을 거닐고 있다. 전남 강진군 제공
29일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가 열리는 전남 강진만생태공원에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갈대밭을 거닐고 있다. 전남 강진군 제공| ▶ 글 싣는 순서 | 
| ① 인구감소 벼랑 끝 '선택과 집중'이 불러온 日 도야마의 변화 ② 철강에서 문화도시로…9월이면 '린츠'가 들썩인다
 ③ '창조적 과소' 가마야마의 역설이 말하는 소도시의 생존법
 ④ 청년이 돌아온다… 라이프치히 30년의 '반전'
 ⑤ 변방 산골서 스마트워크로 변모…핵심은 '숫자' 아닌 '순환'
 ⑥ 기업이 오고, 청년이 머문다…유럽의 '실리콘 작소니' 드레스덴
 ⑦ 살아남는 도시의 조건…日 소도시 지역 정체성에 사활 걸다
 ⑧ 당신의 도시에는 '시스템'이 있습니까?
 ⑨ 인구 절벽의 전남, 순천·광양·여수의 생존법
 ➉ 숫자의 함정에 낙인 찍히는 지역, 그럼에도 소멸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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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업 유치로 활로를 찾는 순천과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모를 꾀하는 광양, 관광도시를 넘어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찾는데 나선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은 전남 전체에서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하지만 장기적인 추이를 살피면 어느 곳 하나 청사진을 쉽게 장담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관련 지표에서도 전남 22개 시·군의 전망이 크게 차이가 없는 실정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남의 수치는 30.6,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 내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이 체계에서는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전남을 낙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역재생잠재력지수'와 산업연구원의 'K지방소멸지수'에서도 전남의 활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이를 두고 소멸지수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비수도권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 전남CBS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 전남CBS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지역의 위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 간 관계성 차원의 문제다"며 "수도권과 지역의 기울어진 관계를 뒤틀어야 해결할 수 있지만 숫자로 소멸을 논하는 지금의 방식은 인접 지역과의 인구 유치 싸움 등 소도시들 간 경쟁만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철학과 인구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같은 지수를 만들었다"며 "소멸지수가 남용되면서 지자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지역의 위기를 경쟁력 확보를 통해 이겨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 대한 낙인 효과와 왜곡도 우려된다. 
각각의 지수가 널리 쓰이면서 지역소멸이라는 단어가 고착화된 것처럼, 인구감소 현상을 마치 지역소멸과 동일한 것처럼 여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전남연구원 김대성 사회정책연구실장. 전남CBS
전남연구원 김대성 사회정책연구실장. 전남CBS전남연구원 김대성 사회정책연구실장은 "지방소멸, 지역소멸이라는 용어는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맞지 않는다"며 "일종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비유로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림 책임연구원 역시 "지역소멸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이에 파생된 각종 지수는 애초 지수에 따라 지역이 사라진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는 숫자가 지역에 심각한 낙인 효과를 불러와 지역에 남아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 혹은 젊은층과 다음 세대들을 지역에서 내치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소멸이라는 부정적 단어에 갇히지 않고 인구감소의 속도를 늦추거나 전환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간의 연결을 통해 지역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도 손꼽히는 방안이다. 
일본 가미야마의 푸드허브와 식농교육 NPO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곳은 지역 특성을 활용한 세대 간 연결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농교육 NPO는 '기르고 만들고 먹고 연결하다'라는 교육철학 아래 이곳 초중고 교육과정에 농업과 먹거리 등에 대한 식농교육수업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가미야마 현지 식자재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 가마야(왼쪽)와 가마야 런치세트. 유대용 기자
가미야마 현지 식자재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 가마야(왼쪽)와 가마야 런치세트. 유대용 기자학생들이 마을주민들에게 농업교육을 받으며 직접 키운 작물을 지역 식당에서 조리해 주민이나 외지인과 나누는 등 지역에서 기르고 지역에서 함께 먹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식문화를 매개체로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연결을 지속하는 셈이다. 
가미야마 역시 전남처럼 고령인구와 농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사점이 크다. 
		
		
김대성 실장은 "대표적으로 외부에서 전라도하면 먹거리를 떠올린다. 의향, 예향, 미향 이렇게도 얘기하는데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미흡한 실정이다"며 "지역의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할 지에 대한 논의와 약간의 인프라만 더 해진다면 사람들이 몰릴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종 지표가 인구절벽 문제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표현하는 만큼 지역의 위기를 인구수가 아닌 인구구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양한 직업군의 인재 유입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의 '창조적 과소'와 비슷한 개념이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조희정 박사. 전남CBS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조희정 박사. 전남CBS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조희정 박사는 "일본에서 창조적 과소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인구가 극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인구감소라는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자는 의미가 담겼다"며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지역에서는 인구수가 아닌 질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끝으로 지역소멸의 어폐를 지적하며 아래와 같이 입을 모았다. 
"지역이 소멸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도 소멸한다는 의미입니다. 있을 수 없는 모순입니다.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환입니다. 어디서든 다음 세대를 잇는 끈이 이어지는 한 지역은 결코 소멸하지 않습니다."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