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오는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긴박하게 이어온 관세 후속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3500억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둘러싸고 현금 직접 투자 규모, 이익 배분, 투자처 선정 등에서 양국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맞물린 정상회담 때 협상 타결이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금 비중 줄여야 vs 늘려야" 팽팽한 줄다리기…풀리지 않은 쟁점도 여럿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현금 투자 규모가 줄어야 하고, 미국은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문제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새벽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곧바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번에 두 사람은 무박 3일 일정으로 미국에 방문해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세 후속 협상을 했다.
당초 한국은 미국의 관세 인하 조건부 격으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액 가운데 5% 이내만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3500억달러는 외환보유고의 80%가 넘는 액수인 만큼 대규모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면 외환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의 선행 합의 사례처럼 '직접 투자 중심'의 백지수표식 방식을 요구하며 맞섰다.
이후 미국이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이해한다"며 일부 조정 의사를 내비쳤지만, 구체적 금액과 방식에서는 여전히 간극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감 현장에서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천억달러를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이 250억달러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장관은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그런 논의가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국민 경제나 시장 안정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며 "쉽지 않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선(先)투자 입장은 상당 부분 접은 상황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다른 쟁점들도 여전히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김 장관은 현금 투자 규모 외에도 투자 이익 배분, 투자처 선정 방식, 손실 부담 책임에 관한 논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대두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는 데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수입 확대를) 해 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정상회담 때 협상 타결 어려워지나…정부 "속도보단, 국익 우선"
이처럼 관세 후속 협상을 둘러싼 난기류가 여전해 정부 안팎에서는 APEC 정상회의 때 한미 정상 간 최종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귀국 직후 'APEC 계기로 타결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PEC 개막 이전에) 추가로 대면 협상을 할 시간은 없다. APEC은 코 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며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장관도 이날 APEC 계기로 합의문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예단하기 어렵고 가능성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기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우리 입장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속도보다 중요한 건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우리 생존의 문제도 있다"며 "협상의 전권을 갖고 있으며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