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 노선 중 수십 곳에 저상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상버스 도입 의무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제도의 빈틈 탓에 여전히 현실화하지 못한 모습이다. 서울시가 교통약자 이동권 보호에 충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저상버스 '예외 노선'으로 꼽은 사례는 모두 36곳에 달했다.
해당 노선이 예외로 허용된 사유는 △교량마찰(2곳) △과속방지턱(1곳) △물막이턱(4곳) △급경사(7곳) △전기충전시설 미설치(23곳) 등이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막이턱이나 전기충전시설의 경우 시와 운송업체가 의지를 갖는다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물막이턱 3곳과 전기충전시설 미설치 노선 16곳의 경우 3년 연속 같은 사유로 예외 노선에 묶였다. 급경사 6곳, 교량마찰 2곳, 과속방지턱 1곳도 역시 3년 연속 예외 노선으로 꼽혔다.
일명 '돌려막기' 식으로 사유만 바꿔 3년 연속 지정된 예외 노선도 6곳에 달했다. 결국, 전체 예외 노선 36곳 중 총 34곳의 노선이 저상버스 도입 의무 시행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예외 노선에 들어갔던 셈이다.
대표적으로 A여객 한 노선의 경우 2023~2024년엔 급경사로 인한 하부저촉을 사유로 내걸어 예외를 인정받았다가, 2025년엔 전기충전시설 미설치를 이유로 예외 노선이 됐다.
심지어 3년 연속 같은 사유에 똑같은 사진으로 신청했는데도 심사에 통과된 경우도 있었다. 강북구의 B교통은 물막이턱으로 인한 하부저촉을 이유로 3년 연속 예외 노선에 지정됐는데, 업체가 서울시에 보낸 신청서는 매년 동일했다.
그런데도 의무화 이후 3년 동안 서울시가 버스업체 등에 예외 사유를 해소하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건 올해 1월 단 한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저상버스 예외노선으로 지정하더라도 문제를 개선할 계획, 대책 등을 세워야 한다.
천준호 의원은 "서울시는 저상버스 의무화 3년이 지났지만 예외를 남용하고 있다"며 "예산 부담을 이유로 저상버스 도입을 막으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이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에 힘써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협조 공문이 한 차례에 불과했던 점 등에 대해선 추후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교통의 경우 아직 기존 버스의 대·폐차 기간이 도래하지 않았고 2027년부터 저상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예외 사유도 그 전에 해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