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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소년에 '香며든' 전담…OTT 흡연 노출률은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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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흡연 직접 묘사한 OTT사례 68%

유튜브·틱톡 등은 후기광고 무차별 노출
10대 액상형 전담 사용률, 1.9%→3.0%
신분증 도용 포함 '성인 인증' 우회로 이용
온라인 판매 규제 및 광고 금지 등 필요성↑
장종태 "실효성 있는 법적 대책 마련 시급"

영화 <범죄도시4>(2024) 속 '장동철' 캐릭터. 이동휘 배우가 연기한 이 악당은 작품 속에서 전자담배를 즐겨 피운다. 영화사 제공 영화 <범죄도시4>(2024) 속 '장동철' 캐릭터. 이동휘 배우가 연기한 이 악당은 작품 속에서 전자담배를 즐겨 피운다. 영화사 제공 
#1. '천만 영화' <범죄도시4>(2024)를 본 상당수 관객은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백창기와 장동철을 꼽는다. 동남아 마약범죄를 다룬 작품의 '메인 빌런'인 이들의 공통점은? 애연가라는 것. 특히 일부 전자담배 가게들은 암암리에 장동철의 스틸컷을 홍보용으로 쓰는 중이다.
 
#2.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서울 거리에서 보랏빛 조명이 은은한 한 매장을 마주쳤다. 유리창 너머로 △일회용 전자담배 △리필용 액상 △전자담배 키트 등을 전시한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대는 1만 원대에서 7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매장 옆 좁은 골목에선 교복 차림의 학생이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다.
 
10대 흡연자 3명 중 1명(32%)이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에 입문하는 가운데 이들이 즐겨찾는 미디어가 흡연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Over-The-Top media service)가 주범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전자담배는 무인매장 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판매가 흔하다.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나, 신분증 도용이 빈번하고 법적 사각지대도 있어 접근 통제가 쉽진 않다. 이런 상황에서 향을 가미한(加香) 액상형 전담을 자주 접하게 되면, 10대의 흡연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대 전담 사용 급증하는데…OTT드라마 흡연 노출률 94%

서울의 전자담배 무인점포 수는 올 4월 11곳에서 9월 44곳으로 4배 급증했다. 동작구 소재 '24시간 무인매장'의 내부 전경. 민주당 장종태 의원실 제공서울의 전자담배 무인점포 수는 올 4월 11곳에서 9월 44곳으로 4배 급증했다. 동작구 소재 '24시간 무인매장'의 내부 전경. 민주당 장종태 의원실 제공18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실을 통해 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담배 또는 흡연장면이 가장 많이 노출된 통로는 OTT로 송출된 드라마였다. 조사대상 18편 중 17편으로, 무려 94.4%를 기록했다.
 
이어 TV드라마가 71.4%(21편 중 15편)로 2번째로 높은 노출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극장 영화 60.0%(70편 중 42편) △웹툰 50.0%(84편 중 42편) △OTT 영화 40.6%(32편 중 13편) △유튜브 31.3%(783편 중 245편) 등의 순이다.
 
여기서 OTT 항목으로 분류·집계된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다. 유튜브의 흡연장면 노출률은 흡연상황을 묘사한 전체 장면(기타장면 제외) 중 등장인물이 실제 담배를 피운 장면의 비율을 계산했다.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임을 감안하면, 항목별 노출률은 상당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부문은 2023년과 비교해 14.4%p가 뛴 OTT 드라마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와 OTT 영화 역시 각각 13.0%p와 9.3%p가 올라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잦은 노출'은 10대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입문을 유도할 수 있다. 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OTT 콘텐츠에서 흡연장면이 노출되거나 청소년 흡연이 직접 묘사된 사례는 평균 67.5%에 달했다.

심지어 유튜브나 틱톡은 성인인증 없이도 전자담배의 광고성 사용 후기 검색·시청이 가능하다.

관리 구멍에 '잇템' 된 전담…"판매·광고 제한 등 대책 시급"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용기 예시. 서울대학교·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현황 및 인식 조사 연구>(2025) 발췌.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용기 예시. 서울대학교·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현황 및 인식 조사 연구>(2025) 발췌. 접근성이 낮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험성도 우려 요소다. 질병관리청의 조사 결과, 청소년 흡연자 3명 중 1명(32%)은 액상형 전담으로 흡연에 '맛'을 들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전자담배를 사용하면 이후 일반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3.5배 높고, 대마초·알코올 등 다른 약물의 사용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0대 금연정책을 전자담배로 확대 전환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앞서 2020년 1.9%였던 청소년 액상형 전담 사용률은 2024년 기준 3.0%까지 올랐다.
 
그간 액상형 전담의 원료인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판매 및 광고 규제에서 비켜나 있었다. 관리 구멍을 틈타 과일향을 입은 액상형 전담은 어느새 키링·텀블러·이어폰 케이스와 유사한 '힙한' 형태로 진화했다. 액상형 전담을 피우는 청소년 84.8%가 가향제품을 쓰는 이유다.
 
제도 개선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기재위를 통과하면서, 합성니코틴이 규제 범위에 포함된 것은 큰 변화다. 다만, 갈 길이 멀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았고, 연내 통과돼도 2년간은 개정안 규정 적용이 유예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전담의 해악에 눈뜬 해외 주요국은 이미 강력한 규제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21세 미만에 대해 모든 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멘톨을 제외한 향 또는 맛을 더한 담배도 금지다. 홍콩은 2022년 이후 전담의 수입·판매·광고를 전면 금지시켰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10월과 2023년 3월, 단 두 차례 외엔 액상형 전담의 유해성을 검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액상형 전담 검사를 선제적으로 정례화하고 접근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종태 의원은 "전자담배는 비대면으로 나이 인증절차만 우회하면 청소년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구조"라며 "포도향·콜라향 등 취향에 맞춘 향으로 흡연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 '덜 해로운 담배'란 착각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담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온라인판매 규제, 청소년을 타깃팅한 광고 금지 등 실효성 있는 법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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