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전 의원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통일교 관련 최근 자신에 대해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김규환 전 의원(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지난 2018년 한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교주인 한학재 총재를 '참어머님', '독생녀'라고 칭하며 "세계 으뜸 종교"라고 통일교를 추켜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참어머님, 독생녀는 통일교인들이 한 총재를 표현할 때 쓰는 용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금품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약 50년 전 문선명 총재(통일교 창시자)와 인연이 있을 뿐이다. 통일교인이 아니고 어머니가 절에 다니며 기도해서 절 낳았다"며 통일교와의 연관성도 강하게 부인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현역 의원 시절이던 2018년 10월 14일 경기도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통일교의 '충청권 효정 참가정 희망 결의대회'에서 축사했다. 이 자리엔 한학자 총재도 직접 참석했다.
김규환 전 의원. 연합뉴스먼저 김 전 의원은 1970년대 후반 자신이 대우중공업 창원공장의 청소부이던 시절 공장을 찾은 문 총재가 자신을 격려했었고 이후 세월이 흘러 문 총재의 출판기념회를 찾아가 다시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총재에 대해 "소외받은 사람들을 결혼시켜 주시고 공부도 시키시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고 고르바초프가 공산당을 버리게 하셨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가 바로 세계에서 으뜸인, 똑바른 종교라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극찬했다. 또 "한학자 참어머님께서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시는 것을 봤다. 정말로 독생녀 그분이 일을 잘하고 계신다"며 "그분을 왜 독생녀라고 하시는지 저는 이제서야 알았다.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 황진환 기자
김 전 의원은 의원직이 끝난 뒤인 2021년에도 '하늘부모님성회 평화축제'라는 이름의 통일교 행사에서 축사하며 한 총재를 '세계 평화의 어머니'라고 띄웠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저를 보고 소원이 뭐냐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한 총재님이 오래오래 사셔서 세계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고 소원을 빌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김 전 의원은 "우리가 세계 평화의 한배를 탔는데 노래 한 곡 해도 되겠나"라며 민요 '배 띄워라'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시절부터 여러 통일교 단체 행사와 지역 교회 행사 등에 활발히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일교 내부 인사는 CBS노컷뉴스에 "김 전 의원은 교인 이상으로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일을 귀하게 평가하면서 통일교에 대해 종교적 깊이를 보인 사람으로 내부에서도 유명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올해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에 대해 3~4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3명을 입건하고 출국금지한 경찰은 전날 이들의 자택과 경기 가평과 서울의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의원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맞다"면서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 가리지 않고 기독교나 성당할 것 없이 다 참석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김 전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이 만난 적도 없고 금품을 받은 일도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