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1천여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사이코패스 가영(수지)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상 물정 모르는 지니와 감정을 모르는 가영의 좌충우돌 모습이 펼쳐졌다. 넷플릭스 제공에피소드마다 흠칫 놀라는 배우 김우빈의 모습이 담겼다. 극 중에선 기가영(수지)의 기세에 눌린 연기를 펼친 것이지만, 촬영 도중 실제로 놀란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지니 역을 맡은 김우빈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지와의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첫 키스 이후에 키스하자고 계속 쫓아오는 기가영이 우비 입고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멀리 서 있는데 그때 무섭더라고요.(웃음)"
해당 장면은 4회에 등장한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기가영이 지니를 찾아 편의점과 경찰서 등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는 장면으로, 우비를 입은 수지의 집요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김우빈은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2016)' 이후 약 10년 만에 수지와 다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작품 공개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미 친한 사이라 바로 작품을 할 수 있었다"며 "MBTI도 비슷해서 웬만하면 수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그래서 코미디 호흡도 저절로 맞춰진 거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아랍어 대사는 김우빈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 처음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며 "짧은 1문장을 보통 1천 번 정도 들었다. 총 52문장이니 5만 2천 번 정도 들었고, 아랍어 선생님에게 발음 교정받으며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장발 분장도 쉽지 않았다. 김우빈은 "이 정도로 긴 머리를 한 건 처음이라 엄청 무거웠다"며 "머리 연결하느라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일부는 허리춤에 연결하기도 했는데 설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황금비' 촬영 위해 새벽 2시 홀로 세트장 갔죠"
김우빈은 극 중 지니의 의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이 나길 바랐다"며 "의상팀분들이 저와 작업을 많이 하셨던 분들이었고, 직접 제작도 잘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작품 주요 배경이 중동인 만큼 제작진은 약 3주간 두바이에서 해외촬영을 진행했다. 다만, 극 중 일부 사막 장면은 한국 세트장에서 구현됐다. 11회에서 등장한 '황금비' 장면 역시 세트장에서 촬영된 신이다.
김우빈은 "저희 대본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어서 잘 해 보고 싶었다"며 "아랍어 대사로도 해야 했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제가 못 하면 다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부담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 일주일 전쯤 제가 먼저 끝났는데, 새벽 2시쯤에 저 혼자 세트장에 와서 1시간 반 정도 리허설 했다"며 "(이 장면을) 4일 정도 촬영했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촬영 전 (안길호) 감독님께 '저 감독님 믿어요'라고 말했더니 '감독님도 믿어달라'고 하셔서 믿었다"고 덧붙였다.
김우빈은 또, 작품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유머 감각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코드가 맞는 거 같다. 작가님과 처음 작업했을 때 '너는 내가 왜 이 신을 썼는지 알고 연기하는 거 같아'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며 "대본이 주는 힘이 좋았다"고 밝혔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 넷플릭스 제공이번 작품에는 김 작가의 전작들을 패러디한 장면들도 등장한다.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의 한기주, '상속자들(2013)'의 최영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2022)'의 문동은 등 김 작가의 대표작 캐릭터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문동은 장면은 삭제될 뻔 했다고 한다.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문동은 가발도 써봤는데 수정본에서 이 장면이 없어진 걸 보고 바로 작가님께 전화드렸어요. 작가님이 '네가 싫어할 거 같아 뺐다'고 말해주셔서 '대사까지 하려고 준비했다'고 말하니 '즐겁게 해봐'라고 다시 넣어주셨죠.(웃음)"이어 "송혜교 선배님이 '더 글로리'에서 하셨던 장면을 계속 돌려보며 대사와 행동을 따라 하면서 즐겁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헤니, 빛나서 놀라…오늘 위해 살고 있어요"
작품은 당초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 하면서 안길호 감독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우빈은 "촬영장에 늘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느냐"며 "두 분 다 좋은 감독님"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김우빈은 작품에 특별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 송혜교는 지니의 전 연인 '지니야' 역으로, 다니엘 헤니는 강아지 '김개', 김지훈은 수색대 출신 '김개'의 기사로 등장했다.
그는 "송혜교 선배님이 두바이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저하고는 하루만 촬영했는데 지니야 역할로 작품에 활력을 주셨다고"고 말했다.
다니엘 헤니에 대해선 "태어나서 처음 뵀는데 너무 신기하더라"며 "빛이 났다. 현대 기술이 선배님의 실물을 다 담아내지 못해 깜짝 놀랐다. 작품에 나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김지훈과는 과거 사석에서 한 차례 봤다고 한다. 김우빈은 "제가 모델 시절 처음 뵌 적이 있는데, 그때는 배우 생각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절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억하시더라"며 "제가 배우가 돼서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게 돼 신기했다"고 웃었다.
김우빈은 홀로 작품 홍보에 나서는 것과 관련 "김은숙 작가님이 응원해 주셨고, 다른 분들도 각자 작품 때문에 많이 바쁘셔서 못 하는 것"이라며 "제가 제일 한가해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그는 이번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는 늘 악한 선택만 해왔던 거 같은데 이번 작품처럼 접근한 건 처음이었어요. 인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보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았죠. 작가님은 결국 인간의 선함에 대해 말씀하고 싶어 했던 거 같아요."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2년 뒤 완치 판정을 받은 김우빈은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파보니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이전까지 목표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오늘을 위해서 산다"며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충실하고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빈은 2008년 데뷔 초 모델 시절부터 매일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 그는 "거창한 내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모델 일을 할 때는 하루에 한 끼 먹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세 끼를 넘어 네 끼 먹을 때도 많으니 감사한 일이죠.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쓰고 있죠."한편, 지난 3일 공개된 '다 이루어질지니'는 6일부터 12일까지 800만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