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교직원 수첩의 앞장에는 '충남 교육공동체가 함께 다듬은 말 100선'을 실어, 수시로 확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정남 기자충남에서는 간담회 대신 '
다모임'을, 워크숍 대신 '
배움자리'를 갖는다.
'일본식 한자어'인 간담회와 '외래어'인 워크숍을 다듬은 말들이다.
학교에서 듣던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덕담이나
도움 말씀으로, 셔틀버스는
순환버스로, 수학여행은
문화체험여행으로 쓴다.
교육현장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보다 전달이 쉬운 말로 바꿔보는 노력도 있다. 선도학교를
이끎학교, 연구학교를
배움학교, 졸업·수료를
마침보람 등으로 쓰는 식이다.
공문서 용어를 다듬어온 충남교육청은 2023년부터는
교육공동체들과 함께 말을 다듬고 있다. 매년 8월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다듬었으면 하는 말부터 어떻게 다듬었으면 하는지까지 추천을 받는다고 한다.
추천된 단어들 중 교사들이 모인 '올바른 한글사용 실무단 회의'를 통해 다듬을 대상어와 다듬은 말이 정해지고 국립국어원 자문을 받아 선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그 말을 자주 듣고 쓰는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다 보니, 그만큼 피부에 와닿는 단어들이 다듬어지고 그 쓰임새도 높다고 한다.
충남교육청 교직원 수첩의 앞장에는 '충남 교육공동체가 함께 다듬은 말 100선'을 실어, 자주 확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남 교육공동체가 함께 다듬은 말 100선. 충남교육청 제공이렇게 나온 다듬은 말들은 국립국어원 등에서 제안한 순화어(다듬은 말)와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딥페이크의 경우 '
합성 영상편집물', 리허설은 '
총연습'으로 다듬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충남교육청 초등특수교육과의 류지춘 장학사는 "다듬은 말은 '이렇게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이지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며 이 단어를 대체할 또 다른 단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수업과 생활에서 쓰이는 용어들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고민이 담겼다는 데 의의가 있고 보호자들의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은 지금까지 180개의 다듬은 말을 선보였고, 이후에도 120개의 말을 다듬어 안내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다듬은 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학교에서 한글 사용과 관련해 활용할 수업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동그라미 소식지'와 '네모 소식지'를 매달 번갈아 발간하고 있다. 이 자료는 다른 기관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한다.
앞서 2020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청남도교육청 올바른 한글사용 조례'가 제정됐고, 말 다듬기 외에도 학생들이 한글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고 또 올바른 한글 쓰기를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한글 관련 정책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충남교육청이 펴낸 '올바른 한글사용' 길잡이 책 표지. 충남교육청 제공올해는 이 같은 내용과 교육기관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공문서의 바람직한 예시 등을 모은 '올바른 한글사용' 길잡이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학교현장에서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아침마다 등교맞이를 순우리말을 사용해 하는 학교,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우리말로 한번 고쳐보는 학교 등 다양한 활동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류 장학사는 "올바른 한글 사용을 하자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뭔가 정책적으로 이렇게 한다는 자체가 한편으로는 좀 슬픈 내용이기도 한 것 같다"며, "그럴수록 필요성을 더 느끼고 책임감도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이 한글이 왜 소중하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한글의 정체성에 대해 느끼는 계기들을 많이 마련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충남 학교에서는 '매달 9일'이 한글사랑의 날이다. 10월 9일 하루만 되새기는 한글날이 아닌, 일상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새기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