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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보다 400원 저렴' 두 주유소가 '치킨게임'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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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주유소 2곳 출혈경쟁 돌입
한때 휘발유 가격 1229원까지 떨어져
다음날까지도 경쟁 계속…10원 단위 싸움
타 주유소 업주 "가격 낮추면 적자, 유지하면 손님 잃어"

지난 1일 B주유소 전광판. 독자 제공지난 1일 B주유소 전광판. 독자 제공
"경쟁에 뛰어들면 적자고, 가격을 유지하면 손님을 빼앗길까 걱정입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50대)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근 두 주유소가 앞다퉈 기름값을 내리는 '치킨게임(상대방이 먼저 포기하거나 양보하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대립 상황)'에 돌입하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전 A주유소는 반경 300m 안에 있는 4개 주유소 가운데 가장 저렴한 B주유소와 맞서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600원대에서 1500원대 후반으로 낮췄다. 직영점인 B주유소도 본사 지시에 따라 1원이라도 더 낮은 가격으로 맞대응했다.

처음엔 1원 차이였던 가격 경쟁은 양측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는 사이 10원, 100원 단위로 번졌다. A주유소가 '마지막 승부수'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1665.9원)보다 365.9원 낮은 1300원까지 내렸지만, B주유소는 1229원으로 응수하며 승부를 갈랐다. 결국 A주유소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A주유소 관계자는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버텼지만 상대가 물러날 기미가 없어 결국 포기했다"며 "자존심도 잃고 손해만 떠안았다"고 털어놨다.

A주유소 인근 주유소들. 이준석 기자A주유소 인근 주유소들. 이준석 기자
승자는 B주유소였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두 곳의 경쟁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차량이 몰리며 도로가 마비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판매량이 늘수록 손해도 커지는 출혈경쟁이었던 탓에 승자인 B주유소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B주유소는 이튿날인 2일에도 A주유소보다 10원 싼 1590원에 휘발유를 판매하며 경쟁 의지를 이어갔다.

두 주유소의 경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으면서 인근 주유소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박씨는 "주유소가 싸움을 벌인 지난 1일 우리 주유소는 역대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며 "가격을 따라가면 손해가 불 보듯 뻔하고, 버티자니 손님이 다 빠져나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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