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완 가라비토. 삼성 라이온즈 정규 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말을 얻은 프로야구 삼성. 르윈 디아즈의 외국인 첫 50홈런 축포 속에 4위를 확정했고, 전설의 마무리 오승환(43)의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삼성은 9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5 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kt가 NC와 창원 원정에서 패하면서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4위를 확정했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삼성은 올 시즌 8위까지 추락했지만 결국 가을 야구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SSG도 키움을 눌러 3위를 확정한 가운데 삼성은 NC, kt의 5위 싸움을 지켜보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한다.
디아즈는 1회말 선제 결승 3점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외국인 최초의 한 시즌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최초의 50홈런-150타점 달성한 디아즈는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을 156개까지 늘렸다.
오승환은 9회초 등판해 21년 프로 생활을 마감하는 투구를 펼쳤다. 삼성 시절 절친했던 KIA 최형우가 대타로 나왔는데 오승환은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최형우를 비롯해 삼성 선수들과 진한 포옹을 나눈 오승환은 팬들의 환호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고, 경기 후 눈물의 고별사를 낭독하는 등 감동적인 은퇴식을 치렀다.
삼성 선수들이 은퇴식을 마친 오승환을 헹가래치는 모습. 삼성 라이온즈
다 털어낸 삼성은 이제 포스트 시즌(PS)을 정조준한다. 5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삼성은 오는 5일 대구 홈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전망이다.
이날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PS 투수 운용 계획을 밝혔다. 아리엘 후라도, 원태인 원투 펀치를 선발진의 축으로 가져가면서 헤르손 가라비토를 탄력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가라비토는 대체 선수로 합류해 15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2.64의 성적을 냈다.
박 감독은 "가라비토는 올 시즌 선발 등판은 끝났고, 불펜으로 기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최대 2번 열리는 점을 감안한 것. 박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는 선발 투수를 2명 쓰고 가라비토는 불펜에서 힘을 보탠다"고 전했다.
지난해 LG의 가을 야구에서 불펜으로 변신해 맹활약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떠올리게 한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대체 선수로 LG에 합류해 정규 리그 11경기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6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3세이브 1홀드 ERA 0.00(11이닝 7피안타 무실점 15탈삼진) 특급 투구를 펼쳤다.
전 LG 우완 에르난데스. 연합뉴스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5차전 승부인 만큼 선발 투수 1명이 더 필요하다. 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 가면 가라비토는 선발로 간다"고 밝혔다.
후라도는 이날 선발로 등판해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7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잡아내며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15승째(8패)를 따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후라도가 정규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면서 "시즌 15승째를 축하하고 정규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후라도도 "가을 야구 가기 위한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삼성은 홀가분한 가운데 오는 3일 KIA와 광주 원정에서 정규 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PS를 앞두고 마지막 실전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