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미(對美) 로비 금액이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같은 기간 로비 금액이 10배 이상 늘었고, 삼성은 지난해 한해에만 862만달러(우리돈 약 121억원)를 투입하며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많은 로비 금액을 썼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 상원에 제출된 로비 공개법(LDA)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조사 기간 로비를 신고한 국내 주요 기업의 법인은 52곳이었다.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이익 단체의 의견이나 요구를 정부나 의회에 전달하는 합법적인 행위다. 관련된 내역은 LDA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대미 로비 금액은 △2020년 1553만달러 △2021년 2161만달러 △2022년 2380만달러 △2023년 2492만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치러진 작년에는 전년 대비 41.8% 증가한 3532만달러가 집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인 올해 상반기엔 1966만달러가 지출되며 전년 동기(1747만달러) 대비 12.6% 지출액이 늘었다.
제출된 로비 보고서도 △2020년 127건 △2021년 160건 △2022년 185건 △2023년 222건 △2024년 288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161건이 제출됐다.
작년 기준 로비로 100만달러 이상을 사용한 그룹은 △삼성 △SK △한화 △현대차 △쿠팡 △LG △영풍 등 7곳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지난해 간접지출 256만달러, 직접지출 606만달러 등 총 862만달러를 투입하며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많은 로비 금액을 썼다. 이는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 삼성SDI, 이매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SK는 간접지출 179만달러, 직접지출 529만달러 등 총 708만달러를 지출했고, 한화는 간접지출 214만달러, 직접지출 391만달러 등 총 605만달러를 사용했다.
이어 △현대차(478만달러) △쿠팡(331만달러) △LG(134만달러) △영풍(100만달러) △포스코(96만달러) △한국무역협회(49만달러) △CJ(40만달러) 순으로 지출된 로비 금액이 많았다.
2020년과 비교해 로비 금액이 가장 늘어난 그룹은 한화였다. 한화는 2020년 45만달러에서 2024년 605만달러로 무려 1244.4%가 늘었다.
이는 한화큐셀 중심의 직접적인 로비 활동이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화큐셀은 2023년 대규모 태양광 공장 증설을 발표한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같은 기간 504만달러에서 862만달러로 71.0% 늘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SDI도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별 누적 로비 금액은 삼성이 3964만달러로 1위였다. 이어 △SK(3598만달러) △현대차(2357만달러) △한화(1298만달러) △쿠팡(79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CEO스코어는 "미국 대선 시기와 맞물려 새 정부 출범 및 정치 리스크 대비, 미국 산업 정책 대응, 대미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대미 로비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