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가해 여당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대구에서 약 6년 만에 '장외전(戰)'을 재개한 국민의힘이 이번엔 서울로 무대를 옮긴다. 당세가 강한 '텃밭'에서의 예열을 거쳐, 중도층이 집결한 수도권에서 대여(對與)투쟁 깃발을 더 높이 치켜드는 모양새다.
지도부는
쟁점법안 저지차 진행 중인 '4박5일 필리버스터'를 병행하면서, '투 트랙' 여론전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추석 밥상에 오를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장외전 한계론에…장동혁 "바지락이라도 캐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8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21일 동대구역 앞에서 집회를 벌인 지 1주일 만이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2020년 1월 광화문광장 집회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당에서는 이번 집회에 10만 명 안팎의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자체 추산한 대구 집회 규모(약 7만 명)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도심 번화가인 만큼 수도권 당협을 중심으로 모이는 당원들 외 일반 시민들도 오다 가다 참여가 가능할 거란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아마 그 정도(10만 명 내외)는 모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집회명이 보여주듯 화살이 향한 과녁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비롯한 일방적 입법 드라이브 등이다. 특히 조 원장 사안의 경우 '음모론적 의혹'을 토대로 사법부 수장을 쫓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권분립의 붕괴'라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
민주당이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내세워 자당 나경원 의원의 법사위 간사 선임을 막은 데 이어, '30일 조희대 청문회'를 단독 의결한 것 또한 선을 넘었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상태다. 즉, '입법독재' 구호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국민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당 일각에선 장외전의 한계를 지적하는 회의론도 나오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라는 전언이다. 장동혁 대표도 "지금 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인천광역시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서 "어떤 분들은 지금 장외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신다"고 콕 짚었다. 이어
"지금 갯벌에서 바지락만 캐도 되는데 왜 꽂게 잡으러 가냐고 말씀하실 거면, 바지락을 캐시라. 어디에서 뭐라도 하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다른 곳에서 더 의미 있게 싸우고 계신다면 장외로 나와 저희와 함께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러나 저는 그분들이 싸우는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소위 '황교안 시즌2'를 우려하며 장외 투쟁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 당직자도 "지금 우리에겐 장외(투쟁)의 효과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며
"지도부로서는 이를 요구해온 당심(黨心)을 외면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무제한토론도 계속…국회파행 부담, 與가 더 크단 계산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원내 최후의 저항인 필리버스터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불발된 쟁점법안 4개를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고, 동시에 국민의힘의 무제한토론도 시작됐다.
의석 구도상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막을 도리는 없어, 관련 본회의 표결만 24시간씩 늦추고 있다. 실제로 검찰청 폐지가 골자인 정부조직법 수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이미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순차 가결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여론전에서는 필리버스터가 장외 투쟁을 능가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첫 테이프를 끊은 박수민 의원이 최장 기록을 경신(약 17시간 13분 토론)하며 선전한 점도 한몫했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집회와는) 다르다. 당원(만)이 아닌 민의를 대변한다는 명분도 장점"이라며 원내 투쟁에 힘을 실었다.
결국,
국회 안과 밖을 아우른 '쌍끌이' 투쟁에는 이같은 고민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비쟁점 민생법안 관련 필리버스터도 검토 중이다. 이른바 '69박 70일 필리버스터'가 거론된 배경이다.
물론 이같은 대치가 길어지면 자칫 민심의 역풍과 더불어, 10월 국정감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 파행' 시 그 부담은 집권 여당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아직은 우세한 분위기다.
또 정부·여당이 본회의 직전 정부조직법을 급하게 수정하며, 스텝이 꼬인 상황을 내심 호재로 보는 기류도 읽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인한 국가기관 '졸속 개편'과 그에 따를 부작용도 클 거라며, 홍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