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선착장 전경. 스타벅스, BBQ, CU 등 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이후 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한강공원이 K-푸드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강을 찾은 외국인들은 즉석 조리기로 라면을 조리한 뒤 치킨과 함께 한강 경치를 즐기는가 하면,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역으로 조리법을 알려주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국내업체들, 한강 찾는 외국인 관광객 잡기 혈안
여의도 선착장 2층 농심 팝업스토어에 마련된 포스트잇 벽 앞에서 방문객들이 즉석 조리기를 이용해 라면을 끓이고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
지난 18일 오전, 폴란드인 프셰멕은 아내와 세 딸을 데리고 한강공원을 산책하다가 때마침 내린 비를 피하기 위해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 가족은 입구부터 풍기는 라면 냄새에 이끌려 2층으로까지 올라갔다.
프셰맥은 "한강 경치를 구경하다가 식사까지 하게 됐다"며 "황금올리브 후라이드치킨 2마리와 생맥주 500cc를 주문했다"고 웃어보였다. 미국인 관광객 요안도 "한국 여행 4일 중 2일차"라며 "치킨을 주문하면 라면도 탁자에서 먹을 수 있어 치킨도 시켰다"고 말했다.
여의도 선착장 1층에 입점한 CU에서는 외국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매장 한쪽에 농심 라면 전용 진열대를 큼직하게 설치해 놨다. 해당 편의점은 지난 6월 2일 '라면 라이브러리' 콘셉트로 개점했다.
뚝섬 한강 선착장 2층 오뚜기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
뚝섬 선착장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라면 조리법을 알려주는 이색 장면도 포착됐다. 70대 오모씨가 즉석조리기 앞에서 "온수가 안 나온다"며 당황해하자 옆에 있던 중국인 여성 관광객 두 명이 라면 용기 옆면의 바코드를 리더기에 대며 즉석조리기를 작동시켰다. 오씨는 "평소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데 외국인 학생들이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BHC 매장과 오뚜기 팝업스토어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진열대에는 진라면, 참깨라면, 쇠고기미역국 라면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었고, 관광객들은 용기 모양의 테이블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오뚜기 특화 매장으로 지정된 1층 CU 편의점에서는 오뚜기 라면이 진열된 '라면 라이브러리'가 설치돼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팝업이 있는 2층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강공원에서 식사하려는 여의도 직장인도 많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꾸준히 이어졌다. BBQ 여의도 선착장 매장 점주는 "점심시간은 항상 직장인들로 북적인다"면서도 "최근 들어서는 전체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님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엔 치맥·캐릭터·SNS 인증 삼매경
여의도 선착장 2층 BBQ 매장 안에서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테이블에 모여 식사하고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저녁 시간이 되자 여의도 한강 선착장 2층은 식당에서 놀이터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층 계단 앞에선 농심 캐릭터 '너구리' 탈을 쓴 직원이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방문객들을 안내했다. 2층 매장에서는 농심 라면을 식사한 뒤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면 케데헌 캐릭터 스티커를 증정하는 행사도 열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K푸드 삼매경도 펼쳐졌다. 뚝섬 선착장 CU 직원은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약 400~600개 라면이 팔린다. 상당수는 외국인 손님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영업하는 다른 매장 점주들도 점차 외국인 방문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여의도 선착장 1층 CU 편의점 앞에서 농심 캐릭터 '너구리'가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여의도 선착장 2층 농심 팝업스토어 점포의 한 직원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잠깐 이곳 2층에 올라왔다가 (어색했는지) 다시 내려가는 장면을 종종 봤다"면서 "이곳이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식사 장소라는 것에 익숙해지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뚝섬 선착장 BHC 매장 앞 야외 테라스에서 시민들이 치킨과 음료를 즐기고 있다. 양지훈 인턴기자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고치인 136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1~7월 누적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82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9년) 동기간보다도 5.5% 늘었다.
또한, 지난 4월 한강 인근 10여 개 편의점에서 즉석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6%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냉동 디저트 등 간편 먹을거리도 2~4배 매출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