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박혜진>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상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교원 단체들이 교육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시각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현 상황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죠.
◆현승호> 제가 이번에도 제주도에 내려가서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유가 사실 제주도 상황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서이초 사태 후 얼마 안 돼 대전 관평초 같은 경우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바로 다음 날 진상조사반이 꾸려지고 약 10여 일 만에 조사를 마치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요구서가 접수되기도 했었습니다.
다른 경우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질질 끄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고요. 최근 인천 같은 경우 한 번도 없었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면서 위원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지만 이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고요.
그걸 보면서 사실은 좋은교사운동과 교총을 포함한 5개의 교원 단체와 학부모 단체가 이런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에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된다라는 요구를 했었던 겁니다. 그때 반대 논리가 뭐였냐면 인천처럼 위원회를 만들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교육청 감사관실 중심으로 조사반을 빠르게 꾸리는 게 낫다라는 논리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느려도 너무 느린 거죠.
◇박혜진> 지금 진상조사반을 교육청에서 운영하겠다고 해서 약속을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진행 상황조차 공개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죠?
◆현승호> 맞습니다. 전혀 공개가 되지 않고 있고요. 사실 초반부터 조사 계획이라든지 브리핑도 없었고요. 사실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냥 하는 시늉만 하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왜냐하면 유가족들이 진상조사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인식이 없으셨고 저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니까 고민하시다가 6월 16일 교육감을 만나서 진상 조사요구를 하셨구요.
그 이후에 교육청에서는 6월 17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고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그 이후로도 아무 것도 진행이 안 되니까 저희가 항의를 했더니 감사관에서 7월부터 하겠다고 언론에 나왔습니다. 저희가 7월 1일에 기자회견 하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6월 31일에 이미 시작했는데 무슨 말이냐 이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거든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분들이 진짜 진상 조사에 대한 의지가 있나? 이런 교육청을 어떻게 믿고 진상 조사를 맡길 수 있나?'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습니다.
◇박혜진> 지금 좋은교사운동에서 나온 보도자료와 16일 기자회견 때 대표님이 발언하셨던 것을 보면 김광수 교육감이 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하던데 어떤 발언입니까?
◆현승호> 사실 저도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요. 지난달 김광수 교육감 취임 3주년을 기념해서 KBS 집중토론에서 인터뷰하는 중에 사회자께서 돌아가신 현승준 선생님 관련해 질문을 했을 때 김광수 교육감의 발언이 '선생님이 힘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돌아가신 것이다.'
'자존심이나 이런 것 때문일 수 있는데 이야기했으면 다 해결됐을 건데 이야기하지 않아서 돌아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거든요.어떻게 이런 사건의 책임을 망자에게 돌리시는 듯한 발언을 하실 수 있나요. 사람이 정말 힘들면 말을 못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데 예를 들어 교육부 장관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아이들이 힘들면 말을 해야 되는데 아이들이 힘들 때 말을 안 해서 다 죽었다 이런식으로 말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이런 말을 어떻게 방송에서 말씀하실 수 있는지 참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박혜진> 민원이 교사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구조적인 문제인 거잖아요.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현승호>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교육청으로 제기된 민원이 도교육청 통합민원 대응팀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그대로 시 교육지원청으로, 시 교육지원청에서도 마찬가지로 필터링 없이 학교로 학교장에게로 그리고 현승준 선생님에게로 떠내려가는 이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한 거거든요.
많은 분들이 잘 모르셨던 게 이 선생님이 해당 민원인으로부터 민원을 여러 차례 받았다라는 것만 알고 계신데 실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도교육청으로 현승준 선생님의 생활지도와 관련해서 민원인이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도교육청에서 그 민원을 접수받고 그 다음에 원래는 규정대로 한다면 교권 침해가 의심되거나 또는 당사자 간의 갈등이 의심되는 사안 같은 경우에는 통합민원팀이 대응을 해야 되는데 바로 통합민원팀이 대응해서 어떤 절차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바로 시 교육청으로, 다시 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선생님에게로 그냥 예전처럼 서이초 이전처럼 민원이 떠내려가는 구조가 상당히 문제라고 봅니다.
교육청에서는 이 민원을 특이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거는 특이 민원이 아니다 일반 민원이다 해서 학교로 보낸 것 같은데 만약에 그랬다면 이 민원이 특이 민원이 아니라 일반 민원이다 라고 판단한 어떤 근거가 있는지. 왜냐하면 선생님이 결국 이 민원 때문에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답변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박혜진> 지난 8월 제주도교육청이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교육활동 보호 정책 강화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교원단체들은 이에 대해서 제도 나열에 그쳤다라고 평가를 했는데 이 시스템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되려면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시는지도 말씀해 주시죠.
◆현승호> 사실은 이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대책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겠습니까. 늘상 했던 식으로 설문조사 조금 하고, 학교 의견은 단체 대표들 모아서 의견 듣는 제스쳐 취하고 나온 거라서 역시나 이럴 수밖에 없구나. 이미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 방안에 나왔던 이야기들 거기에 이미 전화번호 공개라든지 이런 게 다 나와 있거든요.
저희는 지난 7월 1일 저희 좋은교사운동과 교총을 비롯한 단체들이 당사자인 학부모를 포함한 민원대응 시스템 개선하기 위한 전담 기구를 교육감 직속으로 만들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자라고 요구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무시됐거든요.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농촌에 있는 작은 학교들과 시내에 있는 큰 학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민원 당사자인 학부모님과 교사들, 전문가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 있는 제주도만의 대책을 내놔야 된다라고 했던 부분이거든요.
이 부분에 있어서 적절한 예산 증액과 인력 충원이라든지 이런 것 없이 그저 선언성에 그치는 제도들만 나열됐기 때문에 당연히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박혜진> 지금 교원 단체들은 교육 공동체 관계 복원을 강조하고 계시는데요.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승호> 결국 대화의 복원입니다. 교육 공동체의 관계가 회복되려면 이 대화가 복원돼야 되거든요. 사실 서이초 사태 이후에 교사, 학부모 간에 상당히 높은 담이 쌓여 관계가 단절돼 있거든요. 만약 선생님들이 더 안전해지고 우리 교육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오해는 더 쌓이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만 높아질 뿐이거든요. 실제 학교에 교육 공동체 회복 대화 모임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예산이 있다면 우리학교 변호사제도가 아니라 우리학교 퍼실리테이터(문제 해결과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조력자) 같은 제도를 만들어서 1학기에 한 번씩이라도 교육 공동체 대화모임을 갖고 그 학교 안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간에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거죠.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 주시죠.
◆현승호> 정말 당부드리고 싶은 게 제주도에 계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무뎌지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이런 죽음에 대해서 묻어두지 마십시오. 그것은 학생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현승준 선생님 사태 같은 경우에 함께 화내고 이번 기자회견 때도 학부모 단체가 함께해 주셨는데 함께 소리 내고 왜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고 묻고 울어야 합니다. 절대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