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2일 구속 기로에 선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 '거대 이단종교 수장 구속'이라는 상징적 과제를 끝으로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1라운드'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달 말 1차 수사 기한이 끝나는 만큼 특검은 연장 여부를 이번 주 내로 결정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씨(왼쪽)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연합뉴스
특검은 한 총재가 통일교 현안을 국가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각종 청탁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달하도록 지시·승인했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가 있다. 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씨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도록 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적용됐다. 김건희씨에게 건넨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입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다.
다만 통일교가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당원 명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구속영장 청구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수사하지 못해서다.
이날은 한 총재뿐 아니라 통일교 2인자인 정모 전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함께 열린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가평 천정궁 앞에 모인 신도들의 모습. 가평=박종민 기자
통일교 측은 전날 입장을 내고 "(한 총재) 구금이 이어질 경우 안압 상승으로 급속한 실명뿐 아니라 심장 질환의 합병증 발병 우려가 커, 이는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도, 구속의 실질적 효용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총재는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마주친 자리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왜 전달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청탁을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했느냐'는 말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고, 재차 김건희씨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했는지에 관해 묻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김씨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차 수사 기한 만료일을 앞두고 있다. 특검법 상 김건희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수사 개시일(지난 7월 2일)로부터 90일째인 오는 29일까지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공포 절차를 거치면, 특검은 30일씩 세 차례 수사 기간을 더 늘릴 수 있어 최장 18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아직 규명해야 할 의혹들이 남은 만큼 특검은 이번주 내 수사 기한 연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일교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통일교 신도들의 집단 입당 여부를 확인해 2022년 대선·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지원 의혹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다. 특검은 이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쯤 금거북이 등을 김건희씨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이씨의 국가교육위원장 당시 비서인 박모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이씨 임명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 친인척을 둘러싼 증거은닉·수사 방해 의혹도 남은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앞서 김씨 일가가 운영하는 요양원과 김씨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자택 등에서 금거북이뿐만 아니라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롤렉스 시계 등 금품을 확보했다.
특검은 김씨 측이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제공받은 뒤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보직 임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도 규명할 계획이다. 이밖에 △집사 게이트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등에 김씨가 어떻게 연루됐는지 등도 특검이 살펴볼 남은 과제다.